매일신문

반여 비DJ 새인물 갈증

"이 사람도 아니고, 저 사람도 아닌것 같아…" 거리에서 만난 대구시민들은 대선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로 일관했다.

서문시장에서 과일행상을 하는 50대 아주머니는 "나라 돈이나 빼먹고 자기배만 채우려고 하지,우리같은 서민 잘살게 해주는 후보가 어디 있나"라고 했다. 옆에 있던 50대 아저씨도 거들었다. "김대통령 뽑아놓고 우리 국민이 5년동안 고생한 것 생각해봐. 이번에도 마찬가지야"극단적인 정치혐오증이 지역민들사이에 만연해 있음을 볼수 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선후보자들 그 누구도 믿을수 없고 서민을 위한 후보는 아무도 없다는 얘기다. 기존의 후보로는 지역민의 마음을 충족시킬수 없다는 뜻인가. 이게 지역정서라는 것일까.

택시기사 김수관씨(54)는 "손님들이 정치얘기만 나오면 이회창(李會昌)씨를 욕하고, 김대중(金大中)씨 불가론을 말한다"고 했다. 단순한 정치혐오증이 아니라 아직까지 반(反)여, 비(非)DJ의 성향이 지역민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음을 본다.

93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취임이후 지역민들은 95년 지방선거, 96년 4·11총선등을 통해 이같은경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재로선 '여당은 싫고 DJ는 아니다'라는 지역정서가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조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회창신한국당대표에 대한 평가는 최악의 상황이다. 김순규씨(60·달서구 이곡동)는 이대표에 대해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을 하겠다니…"라는 한마디로 대신했다. 이대표 두아들의 병역문제가 불거져 나온지 2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여론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것이다. 여기에는 가정과 국가를 중시하는 지역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큰 작용을 하고 있는듯 하다.

지역의 한 사회단체대표는 "올해초만 해도 지역에서 이회창대표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대표가 김대통령을 혼내(?)줄수 있을만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생각때문"이라면서 "이제 상당수 지역민들은 이대표와 김대통령의 이미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김대중총재는 70년대이후 지역에서 기피인물이었다. 얼마전만 해도 드러내놓고 김총재에 대한 선거운동을 할수 없을 분위기였다. 김대통령의 실정과 이회창대표의 인기하락에 힘입어 상대적으로숙적인 김총재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고 인기도 다소 올라갔다. 그렇지만 "김대중씨를 찍어줘야하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김대중씨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할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학원강사 서장우씨(28)는 "김총재가 대선후보중 경륜이나 지혜면에서 제일 앞선다는 것은 누구나안다. 그렇지만 지역사람들이 수십년간 갖고 있던 생각을 하루아침에 버릴수는 없을 것"이라고분석했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를 선호하는 층도 꽤 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과의 관계, 수십년간 영욕의 세월을 넘나든 그의 경험이 가장큰 자산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여론조사결과를 볼때10%%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지역에서 큰 세력을 확보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이런 분위기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조순(趙淳)서울시장,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가 높은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 모른다. 이 두사람은 본사가 지난달 12일과 29일 실시한여론조사에서도 30~40%%의 지지를 받으며 번갈아가며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이대표, 김대중,김종필총재는 지지도 10%%대의 군소후보에 머물렀다. 다른 지역에서 볼수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40대 회사원은 "조순씨나 이인제씨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대표나 김대중씨에 비해 훨씬 낫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두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지를보내고 있는 지역민이 많다. 그이유가 참신성인지 세대교체인지 정확히 집어낼수 없지만 기존 후보들보다는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로서 검증과정을 겪는다면 인기추락가능성도 적지않다.

지역민들은 기존 정치인을 혐오하고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즉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현 정치판을 새롭게 정리할수 있는 그런 인물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역정서는 '반여 비DJ'라는 것보다는 새 인물에 대한 욕구로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같다.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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