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치 고수의 변심

5일 오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내각제 개헌과 대선 연기 가능성을 제시한 발언은 당내외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당직자들조차 김총재의 정확한 의중을 몰라 기자들을 상대로김총재발언의 진의를 탐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은 특히 야권공조로 연합공천된 자민련후보가 신한국당에 압승을 거둔 다음날이다. 야권공조의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충만해 있었던 날에 김총재가 전혀 뜻밖의 말을 입에 올린 것이다.물론 김총재의 이날 발언은 내각제 지상론자인 그가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 온 말이다. 하지만 왜하필 야권공조의 무드가 무르익은, 또 공조 파트너인 국민회의가 창당 2주년을 맞은 이날 이같은발언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결국 그동안 진행시킨 후보단일화 협상은 그의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결론이다. 안양만안보선을눈앞에 둔 김총재입장에서는 예산선거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국민회의를 붙들어 맬수 밖에 없었다. 후보단일화 시한을 9월말로 정한 것도 김총재의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것을 뒷바침한다.

결국 김총재는 앞으로는 후보단일화 협상을 진행시키면서 뒤로는 여권과 깊숙한 물밑대화를 타진했다는 결론이다. 물론 아직 여권에서는 구체적인 대답이 없다. 하지만 김총재 측근들은 "여권에서도 내각제 이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며 김총재 발언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김총재가 회심의 카드를 던진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김총재의 이날 발언으로 정치불신이 더욱 가속화될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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