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장묘제도, 개선할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12일 현행 장묘(葬墓)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게 '매장및 묘지등에 관한법률 개정안'을 마련, 빠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 한다.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묘지의 최장사용기간을 75년으로 제한하고 공동묘지의 기당(基當)면적은 9평에서 3평으로 줄인 것이다. 독립된 개인묘지는 24평에서 9평으로 줄였다. 대체로 합리적인 내용으로 간주된다.사실 우리의 매장문화.관습때문에 매년 서울 여의도 크기의 3배나 국토가 잠식되고 있고 앞으로수도권 경우 2~5년, 지방의 경우도 10년내에는 묘지 쓸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관계부처는 추정하고 있다.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수년전부터 형성돼 왔음에도 막상 자신의 문중(門中).조선(祖先)의 문제에 이르면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추석전 묘지 벌초에 나가 본 사람들은 증조부.고조부까진 벌초가 가능해도 그 이상의 조상묘지까지 돌보기에는 힘겨웠다고 실토한다. 한 구역에 조상묘가 나란히 모셔져 있는 경우는 문중벌초의 이름으로 여러명이 그런대로 산소를 정리.정돈할 여력이 있지만 이산 저산 깊은 곳에 따로 따로 있는 몇대조의 묘지를 돌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농협, 임협등에 연간얼마씩을 주고 묘소관리를 위탁하는 풍조까지 생겨나고 있으나 이것도 다음세대, 다음 다음세대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생활이 바쁘고 교통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입법예고와 때맞춰 대구의 종교인 연합체서도 분묘제의 개선을 위한 토론을 가졌는데 천주교.기독교.불교.원불교등의 지역대표들은 대체로 화장 또는 납골당이용등의 간소화.간편화등에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향교.성균관측은 '매장묘지는 애국.애향의 근원'이라며 현행장묘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분묘제도를 개선, 서양식으로 땅밑에 묘지를 설치하는 방법도 평수를 줄일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봉분을 없애고 평평한 묘터위에 나무를 심자는 개인의견을 내놓는예도 없지않다. 아예 장기기증.화장을 한후, 강이나 호수에 뿌리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그러나 장묘제도만은 중구난방식으로 처리될 문제가 아니다. 오랜 가족관습.전통의식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않다. 좀 더 국민적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아무리 입법취지가 옳다고 해도 시행상의 부작용은 예상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큰 불편과 비용부담을 주고 있고, 시대에도 맞지 않는 장묘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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