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비자금 파문-배경과 파장

대선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핵폭탄이 투하됐다. 신한국당이 마침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파일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으로부터 받은'20억원+α'를 전격 공개한 것이다. 특히비자금·파일을 폭로하면서 관계한 인물을 실명으로 제시하고 증거자료도 첨부하는 등 다소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인 김대중총재는 일거에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치명적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사법처리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지도 모른다.이와 반대로 근거없는 주장일 경우 신한국당과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거꾸로 침몰의 위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신한국당이 이와 관련, 검찰의 조사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검찰도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정치적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사건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될 조짐이다. 물론 조만간에 진위여부가 밝혀질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선전까지도 규명되지 않을 수 있다. 국민회의측의 저항도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사안이 워낙 중대하기 때문에 어떤식이든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미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쨌든 이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한치도 물러설수 없는 전면전(全面戰)의 상태로 돌입하게 됐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부냐, 전무냐를 놓고 사활이 걸린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선정국은 극한적인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 폭로전 등을 통해 극도의 혼란상태를 맞을 개연성을 안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하다. 신한국당을 향해 상상이상의 초강경 공격을 퍼부을게 뻔하다. 당장 그동안 비축해 온 이회창총재에 대한 각종 비리의혹을 터뜨리고 특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92년 대선자금을 다시 꺼낼 태세다. 국민회의는 국회특별조사위 구성을 통해 92년 대선자금과 이회창총재의 경선자금 등 정치인의 정치자금 의혹을 조사할 것을 제의해놓고 있다. 강삼재(姜三載)총장을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강경입장을 천명했다.92년 대선자금문제는 이회창총재와 김영삼대통령 및 민주계간의 갈등 야기 등 여권을 교란시킬수 있는 소재여서 특히 주목된다.

신한국당도 무차별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DJ비자금 파일을 전격공개한 것은 DJ죽이기를통해 이회창총재의 극적인 반전을 노리는 일종의 회심의 승부수다. 신한국당은 이번 비자금 공개가 1탄이고 김총재와 가족들에 대한 추가의혹을 추적중이라면서 2탄, 3탄을 준비중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신한국당도 이번 기회에 김대중총재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정가 일각에서는 신한국당의 의도대로 정국이 흘러갈지는 좀 더 두고보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파장으로 대선정국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일단 DJP단일화협상의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도 중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말했다. 그리고 각 대선주자들이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여 일단 5자대결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김대중총재가 낙마하거나 지지율의 급락현상이 벌어지면 2, 3위의 약진이 예상될 수도 있다. 김총재의중도하차는 국민회의 대선후보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대선정국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한편 이번 사태로 어느 후보가 득을 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물론 신한국당의 주장이 근거가없을 경우 김대중총재는 여전히 건재할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정면대결은 이래저래 정치권 불신과 정국불안을 심화시킬 게 자명하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정국이 도래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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