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식-한편의 영화처럼…

조명이 꺼져 캄캄한 실내. 은은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면서 신랑이 등장하고 이어 다른쪽의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신부와 신부아버지가 꽃수레를 타고 나타난다. 안개처럼 뿜어져나오는 드라이아이스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 사회자는 연극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묘사하듯 두사람의 만남과 결혼과정을 익살스레 소개하고 하객들은 신기한듯 둥그렇게 눈을 크게뜬채 웃음을 터뜨린다.

얼마전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있었던 결혼식 정경이다. 하객으로 참가했던 손미례씨(51)는 가볍고 호화스러운것 같지만 특이해서 재미있었다 는 반응. 톡톡 튀는 결혼식 그리고 모험과 낭만 가득한 신혼여행!

개성이 미덕으로 통하는 요즘 신세대들, 특히 남들과는 뭔가 차별화되기를 원하는 개성파들은 평범한 결혼을 거부한다. 결혼상대자도 예전처럼 누군가 다리 놓아주기를 다소곳이 기다리기보다스스로 찾고 선택하고 싶어하며, 신랑신부제조기 같은 후닥닥식 결혼은 꺼려한다. 좀 낯설고 때로는 우습기까지 하더라도 뭔가 색다른 것을 원한다.

신랑신부들이 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연극무대같은 결혼식, 마치 서양영화의한장면처럼 예식후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가면을 쓰고 댄스파티를 즐기는 가면결혼식, 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랑신부주변에 비누방울을 뿜어올려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수십수백개의 풍선을띄우는 동화같은 분위기의 결혼식, 백뮤직이 깔리면서 화동들이 꽃을 뿌리고 T자형 무대에서 약식 패션쇼가 열리며 결혼식이 시작되는 패션쇼식의 결혼식….

그뿐만이 아니다. 연상의 신부와 연하의 신랑, 초혼신랑과 재혼신부 등 나이와 결혼경력을 초월한파격적인 결합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과거엔 쉬쉬했던 초혼남자와 재혼여자의 결혼은 95년전체 결혼부부의 2.6%%로 10년전보다 0.8%%포인트 증가(재혼남자와 초혼여자의 결혼은 2.8%%로 10년전비 1.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처럼 튀는 결혼, 파격적인 결혼을 하는 신랑신부들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결혼당사자들은 설령 당사자들이 자기식의 결혼을 고집하더라도 가풍과 가족들의반대를 이기지 못해 결국 평범한 형태의 예식, 전통적 가치관의 배우자선택쪽으로 꺾이기 십상이다.

특히 보수기질이 강한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부모들이 얄궂은 결혼을 한사코 반대해 서울이나기타지역처럼 톡톡 튀는 이색 결혼식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가운데서도 요즘들어 조금씩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는 기미도 보인다. 모나웨딩대표박태호씨는 무조건 기존 예식장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예식장소가 다양화되는 경향 이라며우리 회사에 접수된 결혼식의 경우 작년까지는 예식장과 기타장소비율이 6대4 정도였으나 올해는5대5, 또는 4대6으로 바뀌는 추세 라고 말했다.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하거나 양가의 안사돈, 바깥사돈끼리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도 요즘가끔씩 볼 수 있는 정경이다. 야간결혼은 여전히 인기없지만 평일결혼은 늘어나는 추세. 대구 귀빈예식장의 경우 전체예식건수중 평일결혼이 30%%정도를 차지한다고 이 예식장 김영호부장은말했다.

결혼상대자 찾기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여자들이 고개를 드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누군가가백마탄 왕자를 소개해주기를 기다리고, 맞선 본 남자가 전화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적극적인 신세대여성들은 스스로 PC통신망에 얼굴사진을 게재하거나 미팅알선회사의 이벤트미팅에도 참가하면서 자기짝을 찾으려한다. 모나웨딩이 월1회 마련하는 미팅행사의 경우 매회 2백~3백명의 청춘남녀들이 모여 야유회, 서바이벌게임, 단풍놀이, 스키 등 계절별 행사를 하면서 짝찾기에 나선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이경미씨(29)는 현대는 자기PR시대인데 누가 짝을 찾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 나서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고 당연시했다. 허니문의 형식파괴도 요즘 신세대부부들의 특징. 수십쌍의 신혼부부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식의 획일적 그룹신혼여행 대신 항공권과 호텔예약만 여행사에 맡기고 여행일정은 자기들이 짜는 배낭여행식 맞춤여행, 그것도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을 피해 미지의 세계를 찾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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