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 마지막 황가 저승서도 비운

볼세비키 혁명으로 희생된 러시아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일가의 유해가 혁명 80주년을맞는 지금까지도 관련당사자들간의 의견대립으로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혁명직후인 지난 1918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예카체린부르그에서 비밀리에 살해됐던 니콜라이 2세 일가의 유해는 지난 91년 발굴돼 "황제일가의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는 관련학계의 확인을 받았으나 러시아 정교회와 지방정부들 사이에 처리방법을 놓고 의견대립이 빚어져 갈 곳을 정하지못한채 방치된 상태다.

3일 모스크바에서 '유해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열렸으나 여기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앞으로 2개월동안 유골의 진위등을 다시 확인한후 결정하기로 했다.

공산정권에 의해서 우랄산맥 근처의 예카테린부르그에 유배됐던 황제일가는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운의 운명을 맞은후 유배지 부근에 암매장됐다. 때문에 황제일가의 최후는 수수께끼에 쌓여 오랫동안 생존설과 비밀도피설등 이들의 종적을 놓고 이견이 분분했었다.

그러다가 78년 지리학자 알렉산드로 아브도닌이 황제 일가가 암매장된 지점을 발견해 14년만에유해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이 유해가 정말 황제 일가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자 94년 러시아정부는 러시아와영국, 미국의 의학자등 전문가들을 동원 DNA검사등 정밀 감식을 했고, 이 유골이 니콜라이 황제와 알렉산드르 황후 그리고 두 사람의 자녀들과 4명의 시종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유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는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황제 일가가 사망했고 유해가 발견되었던 예카테린부르그주(州)정부는 유해를 주내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교의 전통에 따르면 시신은 사망한 곳에 묻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유해를 안치한 후 황제 박물관을 걸립해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반면 모스크바시정부는 정교회의 본산이 있는 수도로 유해를 옮겨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고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 측은 역대 황제들이 묻혀 있는 자기 도시야 말로 황제일가가영원히 묻혀야 할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일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은 대통령의 결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해 황제일가의 유해는 결국 고도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 행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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