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역사는 반복된다. 반복되는 역사는 그 스타일을 달리 하기 때문에 얼핏보면 아닌 것 같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게 그거다. 해방 직후 이런 말이 떠돌았다. '미국사람 믿지말고 소련사람 속지마라.일본이 일어난다'그때는 그 말의 속뜻을 잘 알수 없었지만 반복되는 역사는 그 말의 뜻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임을 늦게서야 알려준다. 우리는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하에선 우선 믿고 공조해야할 국가는 미·일·중을 꼽을수 밖에 없다.그러나 그들 나라들이 자국이익에 부합될 땐 혈맹이니 우방이니 사탕같은 단어를 앞세워 도와주지만 이익에 상반될 땐 언제 봤느냐는듯 돌아선다. 그것이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국제정치의냉혹한 현실이다. '경찰국가'와 '무뢰한'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미국만 해도 북한과의 경수로협상은 자기들이 하고 이제와서 '한푼의 돈도 못내겠다'는 억지는 오만이 아니라 횡포다. 미국은 지구촌 곳곳에 거간꾼으로 참여하여 '감놓아라 배놓아라'라고 설치고 다니고 있으며 유엔경비도 제때 내지 않으면서 유엔을 떡주무르듯 하고 있다. 일본의 '독도는 일본땅'이란 생떼수작은더욱 가관이다. 최근엔 일본총리까지 '매우 유감'이라며 한마디 걸치고 나와도 정작 우리정부는묵묵부답이다. 이런 미·일이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여 일본에 힘을 실어주어 동북아를 장악하려 하자 중·러도 좌시하지 않겠다는듯 움직임이 심상찮다. 옐친이 중국을 방문하여 오랜숙원인국경문제를 해결하는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니 한반도 상공에는 색깔이 다른 양대 기류가 엇갈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힘의 견제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우리로선 크게 나쁠게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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