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가족화‥ '김장풍속'이 변한다

김장 담글때 그 흥겨움과 협동하는 아름다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핵가족의 일반화와 서구식 맛의 선호, 사계절 배추생산으로 인해 김장철이 돌아와도 김장에 관심을 갖는 주부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얼기전에 날잡아서 김장을 하는데 신경을 쓰기보다 어느 공장김치가 맛있더라에 더 관심을 쏟는세태로 변해버렸다.

"우리 어릴때만 해도 접반씩 배추를 들이고 밤새 큰 드럼통에 배추를 절였다가 한밤중에 손이 발갛게 얼도록 배추를 뒤집어주곤 했는데 이제 까만 추억이 돼버렸어요. 올해도 열포기 담아서 아들네, 딸네로 부쳐주고 그럴까 싶어요. 아예 출가한 자녀들은 김장 담글 생각을 안해요. 3년전에시집간 딸도 친정에만 오면 김치를 얻어가는 걸요"

대구시 남구 대덕맨션에 사는 김윤애씨는 두달에 한번씩 택배를 이용하여 서울에 사는 아들네로김치를 보낸다. 사먹는 김치맛이 엄마손맛에 비길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진택배에서는 겨울철들면서 김장김치를 보내는 이들이 부쩍 많아져 아예 김치택배는 받지않는다고 거절하고 있다.백화점김치나 공장김치 농협김치에다 유기농법으로 기른 김치까지 상품김치가 다양하게 쏟아져나오고, 시장마다 김장주문을 받고 있는터라 어지간한 비법을 갖고 있지않는 주부들은 '김장담기'에 마음을 쓰기보다 '사먹는 김치'쪽으로 더 신경을 쓴다. 돈으로 재기 좋아하는 신세대 주부들은사먹는 김치가 더 경제적(?)이라는 꼬리표도 잊지않는다.

동네 시장에서 주문받는 김치는 5kg에 3만5천원, 10kg에 7만원선이다. 한포기에 1천5백원씩하는배추값, 젓갈값, 해물값, 배등 과일류값까지 따지면 더 싸게 치인다는 셈이다."저도 김장을 안담근지 5~6년 되지만 동네에서 본격적인 김장담그는 집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그저 보통때 담그는 것보다 두어배 정도 양을 늘려잡아서 하는 정도이거나 그나마 주문김치로 대신하고 신세대 주부들은 몇 포기가 아니라 두어쪽씩 그때 그때 사먹는게 보통이에요"그러나 혀끝만 만족시키는 공장김치가 각종 부재료를 넣어 집집마다 독특한 풍미를 지니는 집김장의 맛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김장을 담그지않은 겨울식탁은 웬지 허전한 것도 사실이다.

두어해 김장을 담그지 않았더니 맨날 식탁에 올릴게 없고 상이 어울리지 않아서 애먹었다는 양경혜씨(39·동구 신기동)는 아파트라 보관하기도 힘들지만 다음주쯤 꼭 김장을 담글 예정이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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