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화의 고향-스팅

"美 일리노이주 졸리엣" 일리노이주, 졸리엣 1936년 9월

영화 '스팅'의 첫 장면은 이 두마디 자막으로 시작된다. 그러니까 일리노이주 졸리엣은 스팅 이막을 올리는 곳이다.

시카고에서 불과 40㎞ 떨어진 위성도시 졸리엣은 지금도 유명한 도박지다. 영화 스팅 에서 졸리엣이 그렇듯이 실제 도시 졸리엣도 도박이 성행하는 곳.

구세군 구호품 배급소 앞길에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 행렬이 줄지어 있다. 카메라 앵글이 거리를따라 움직이면 허름한 행색의 거지나 다름없는 행인들이 하릴없이 벤치에 걸터앉거나 벽에 기대어 서있다. 심지어 길바닥에 누워 잠이든 사람도 있다. 건물들은 한결같이 탈색한 페인트칠에 퇴락한 모습.

대공황이 몰아친 미국. 그 속에서 영화 스팅 은 공황속의 퇴락한 소도시 졸리엣에서 도박조직의두목을 속이는 대사기극의 막을 올린다.

시카고 남쪽에서 80번 고속도로를 타고 약20분을 달리면 졸리엣 표지판이 나타난다. 도시는 고속도로에 바로 인접해 있다.

졸리엣의 얼굴은 시카고 운하. 5대호 가운데 하나인 미시건호와 일리노이주의 큰 물줄기 일리노이강을 이어주는 인공운하다. 1848년에 건설된 이 운하가 1900년 확장되면서 졸리엣은 시카고 운하의 거점도시로 성장했다.

졸리엣의 시가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들면 대도시 못지않은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운하를 건너는다리가 온통 체증으로 막혀 자동차들이 꼼짝을 않고있다.

그러나 교통체증 때문이 아니다. 다리는 옛 부산 영도다리처럼 상판이 양쪽 위로 들어올려지는가동교, 석탄을 가득 실은 거대한 바지선이 느릿느릿 다리밑 운하를 지나가는동안 다리를 건너려는 자동차들은 10분이상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운하를 건너가는 배는 석탄을 실은 바지선만이 아니다. 고물에 거대한 수차를 돌리면서 육중한몸집을 움직이는 유람선도 있다. 마크 트웨인의 동화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 나오는 미시시피강의 증기선 모습을 하고있다.

그러나 이 육중한 3층짜리 배는 그냥 유람선도 동화속의 증기선도 아니다. 바로 졸리엣의 또다른얼굴인 도박장이다.

스팅 의 주인공 조니 후커(로버트 레드포드분)가 시카고 도박조직의 하수인을 속여 5천달러를 가로 챈다. 후커는 제 몫으로 받은 거금 3천달러를 졸리엣의 카지노에서 단 한번의 배팅으로 날리고 만다.

레드에 3천달러

후커가 현금으로 3천달러를 배팅하자 카지노의 딜러는 미쳤어, 우리 가게 배팅한도를 넘는다 며말린다. 그러나 카지노 지배인은 받아 라고 명령한다. 하는 수 없이 딜러는 테이블에 장치된 비밀조작 스위치를 눌러 카지노 룰렛을 조작한다.

22 블랙

후커는 단번에 3천달러를 잃는다. 사기극으로 얻은 돈을 사기도박에서 몽땅 날린 셈. 속임수와 속임수가 뒤엉킨 속에서 졸리엣은 주제곡 엔터테이너 의 경쾌한 리듬을 배경으로 대사기극 스팅의 프롤로그를 장식한다.

지금 졸리엣의 거리는 영화 속의 그것처럼 초라하지 않다. 말끔히 단장된 건물과 먼지 한 점 없는 듯한 깔끔한 거리, 도심광장, 관광안내소, 시청 등 도시의 주요지점을 알려주는 파랑, 보라, 노랑 등 아름다운 원색의 깃발이 가로등에 줄지어 매달려있어 딱딱한 도로표지판보다 한결 상큼하다.

지금도 졸리엣에는 두 곳의 대형 카지노 도박장이 번창하고 있다. 하라스 카지노 크루즈 와 엠프레스 카지노 가 그 곳. 특히 하라스 카지노 크루즈 는 졸리엣 도심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어30년대로 치면 어김없이 스팅 의 무대가 됐을 법한 곳.

하라스 카지노 크루즈 는 그 이름처럼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를 하면서 카지노를 즐기는 선상도박장이다. 하라스 는 서던 스타 와 노던 스타 라는 두 척의 초대형 유람선으로 운영된다. 두척의 도박선이 한 시간 반 간격으로 부두를 떠나고 돌아오는 것.

유람선을 타는 것은 무료다. 매표창구에서 승선권을 거저 얻어 실내 선착장에 줄을 서 있으면하라스 종업원들이 박하사탕을 나눠준다. 배에 오르면 금빛 찬란한 실내장식에 호사스런 조명이보는 이의 눈을 절로 휘둥그래지게 한다.

빛깔 뿐 아니다. 이내 낭랑한 전자음과 둔탁한 동전 쏟아지는 소리가 뒤엉켜 귓전을 때린다. 도박장인 것이다.

1층 한복판은 카지노가 즐비하고 2, 3층은 갖가지 형태의 슬롯머신과 전자 포커 도박기로 가득차 있다.

하라스 의 도박을 위한 상술은 곳곳에서 체감된다. 슬롯머신은 10달러에서 1백달러짜리 지폐를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단 현금을 집어넣으면 기계에서는 도박장 코인이 쏟아져 나온다.지갑을 털린 고객을 위해서 물 위에 떠다니는 배 안에 현금자동지급기가 설치돼 있다. 미국 어느지역 어느 은행의 현금카드로라도 바로 현금을 찾을 수 있다. 뜻밖에도 수수료는 무료.졸리엣의 본래 이름은 줄리엣이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 따온 이름이었다는 것.

그러나 공교롭게도 1673년 이곳을 처음 탐험한 프랑스의 탐험가 이름이 루이 졸리엣이었다. 그후주민들은 줄리엣과 졸리엣이란 이름을 뒤섞어 사용하다가 그만 졸리엣이란 이름으로 잘못 불리고말았다는 것이다.

〈졸리엣(미국 일리노이주).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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