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선생님, 기억하십니까? 지난번 대구경북지역 대선후보초청 토론회를 마치면서 저는 선생님께진심으로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후보들 가운데 분명히 다른 점을 가지고계셨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의 올곧은 정치적 소신과 양식이었습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굽히지 않는 자세는 저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정치적 연대에 관한 속내를 토론회가 끝날때까지 전혀 드러내지 않으셔서패널들의 애를 태우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결코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이크가꺼진후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속을 감춘 일이 못내 미안하셨던지 "정치를 해보니 때로는 해롭지않은 거짓말을 해야할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에 진솔한 인간미를 느꼈습니다.
그 다음날 선생님께서는 이회창후보와의 연대를 발표하시더군요. 세간에는 여러가지 비판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것을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정치를 청정하게 만드는데 기여하시면 그것으로 '존재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선생님과 연대한 신한국당의 이회창후보는 김대중후보나 이인제후보와 함께 좋은 점이 많은 분입니다. 그런데 조순선생님, 이러한 이후보의 좋은 점을 세일즈할 생각을 하시지 않고 '지역감정 자극'이라니 이게 무슨 소식입니까. 선생님을 포함한 이회창후보의 정치적 동맹자들이 지난 18일신한국당 경남지역 필승 결의대회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고 정치권이 난리입니다.이후보를 비롯한 8천여명의 신한국당 당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고 하는군요.'우리가 남이냐.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이 함께 손을 잡고 92년에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권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남이 아니다. 영남사람이 다시 뭉쳐서 이 나라를 살려내자' 말하자면 영남권 단결론입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선생님, 이런 지역감정 선동은 정말 듣기 민망합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에 속절없이 마음을 주고 나서 지난 5년동안 대구.경북 사람들은 얼마나 자존심을 구기고 살았는지 알기나 하십니까.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말에 놀아나서 후보자나 이 지역 유권자가 한심한 사람들이 되어도 좋다는 말씀입니까.
지역감정 얘기를 시작하면 국민회의도 민망하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의 지역감정 자극발언을 격렬한 말로 비난하고 있습니다만 국민회의도 그 점에 관한한 자유롭지 못한것이 사실이지요. 국민회의 김대중후보는 이미 95년 6.27 지방선거, 96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부터 '지역등권론'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영남지역을 근거로 한 정치세력이 오랫동안 패권적지배를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권력이 교체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회의는 이번 대선에서도 견고한 지역주의적 지지기반을 토대로 정치적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판에는 서로 상대방의 지역주의가 선행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의 지역주의를 정당화하는 궤변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조순선생님, 저는 다만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영남지역이 가는 방향으로 우리 나라가 갈 것'이라는 말씀을 하셔서 지역감정을 자극했다는 비난을 받고있는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출사표에서 밝히신 것처럼 우리 정치를 깨끗하게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기에 더욱 실망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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