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옷짓는 주부 강병인씨

고교생 딸 둘을 둔 강병인씨(42,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은하아파트)는 가족과 자신의 옷을 직접지어 입는 알뜰주부로 소문나 있다.

10여년전, 큰 딸이 초등 1학년이었을때 재봉에는 젬병이면서도 재봉틀을 하나 샀다. 헌 천을 놓고앞으로 뒤로 열심히 박아보았지만 워낙 기초가 없어 재미가 없었다. 그길로 백화점 홈패션강좌에등록, 재봉틀 다루기며 시접, 바이어스자르기 등 기본기를 배웠다.

첫 작품으로 딸애의 작아진 여름옷을 뜯어 새 천위에 펼쳐놓고 모양대로 조금 크게 잘라 박아보았다. 같은 천으로 작은 리번 여러개를 만들어 나비처럼 붙여 입혔더니 이웃주부가 "예쁘네. 어느메이커야?"하면서 브랜드를 찾느라 옷을 이리저리 까뒤집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교사인 남편수입으로 애들 옷 못사줄 형편은 아니었지만 자기가 직접 지어 입히기로 했다. "외국에선 내 방식, 내 주의를 중요시하는 마이즘이 유행이라면서요? 그 말이 참 매력있게 들렸어요.나도 내 손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한번은 초등 2학년이던 딸이 갑자기 학교에 수영복을 가져가야할 일이 생겼는데 이전 수영복은작아져 못입게 됐다. 살 시간은 없고 해서 임시방편으로 낡은 나일론 티셔츠를 뜯어 수영복을 놓고 본을 뜨서 만들었더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영복이 됐다. 그 티셔츠수영복을 딸애는 3년이나 입었다. 평상복은 물론 학생코트 같은 것도 만들어 입혔다.

강씨 자신도 옷을 사입는 경우가 거의 없다. 블라우스, 바지, 원피스, 투피스, 코트 등 마음만 먹으면 다 만든다. 백화점 마네킹의 최신유행 디자인을 눈여겨본뒤 서문시장 4지구 3층에 가서 자투리천을 산다. 면은 1마당 1천~2천원짜리 3마면 여름원피스가 되고 마당 2만원정도의 모80~90%% 혼방천 2마면 재킷을 만들 수 있다. 반코트는 마당 2만5천~3만원짜리 2마반정도면 된다. 매끈한 디자인보다는 주름이 들어가 재봉솜씨의 결점을 가려주는 디자인을 좋아한다고.친구 딸의 연주회용 드레스를 만들어보내기도 하고 친한 이들의 생일때 블라우스를 지어 선물하기도 한다. 강씨의 옷만들기 재미에 전염된(?) 친구 한명이 재봉틀을 사고 잇따라 또 한명, 이렇게 해서 모두 4명이 재봉틀을 구입, 직접 옷을 만들어 입게 됐다. "이젠 꼭히 돈을 아껴서라기보다 습관이 돼서 옷을 못 사입어요. 좀 어설프면 어때요. 자신이 만든 옷을 입는 즐거움도 크다구요"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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