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수열기 식을 줄 모른다

가수 2천5백명.

TV에서 보고 기억나는 가수들의 이름을 대라면 50개 이상 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재 한국 연예인협회 가수분과에 정식으로 등록된 '가수'만도 2천5백명.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수들의 숫자만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는 주범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각종 '가수선발대회'가 지목되고 있다.

'텔섹'이라는 700 전화서비스회사가 주최하는 '텔섹가요제'. 30초당 3백원의 통화료를 물고 반주없이 수화기에 대고 노래를 부르면 된다. 텔섹 관계자에 따르면 참가자가 매월 5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일간지 등에 '신인가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광고한 것과는 달리 아직 텔섹가요제 출신 가수는 한 명도 없다. 매달 5만명 이상의 참가자에 심사위원은고작 10명. 공정성에도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터치 뮤직'이라는 음반기획사에서도 신인가수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댄스가수 22명, 발라드 5명,백댄서 30명. 그러나 광고에 낸 모집인원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미 구성된 2개의 댄스그룹에서 부족한 한두명의 멤버만을 뽑을 계획이다. 터치 뮤직의 한 관계자는 "공개모집에서 적당한 인물이안 나오면 서울 압구정동,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직접 찾는다"고 말해 과연 '가수'를 뽑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 소속 연예인이라고 밝힌 최은경, 박수범, 오재용이라는 가수들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가요제', '신인가수 공모'에 대한 안내가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잡지마다 나붙는다. 고작 연예인협회에 이름만 올릴 뿐 TV출연 한번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2천5백명으로도 만족 못하는 '가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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