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굴유물 제2의 매장 신세

발굴만 있고 문화재는 없었다. 경산임당발굴 등 수만여점의 유물이 땅속에서 빛을 보게 됐지만 발굴기관 창고속으로 또다시 매장된 채 시민과 격리됐다.

문화유산의 해인 올 해 지역에서는 국내 최대발굴의 하나로 평가받는 경산임당지구 발굴이 완료됐고 공공기관에 의한 문화재파괴, 문화재 훼손.도난사건이 잇따라 명암이 엇갈렸다.13만평에 이르는 경산임당유적은 지난 85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올해 10월말까지 13년간 80억원이 들어간 대발굴이었다.

이곳은 초기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특수유구, 주거지, 저습지, 목책토성 등 4만여점의 유물이발굴된 복합유적지다.

기원전 2세기경의 초기철기시대부터 기원후 7세기까지 만들어진 무덤 5백여기가 발굴되었고 지난10월에는 고대목기문화 연구에 귀중한 목제유물 1천5백여점이 발굴됐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고대의 1천년 역사를 복원하고 고대사회문화상 및 생활상 연구에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그러나 이들 유물은 영남대박물관,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발굴했지만 각발굴기관 창고와 수장고에 내팽개져 있는 실정이다.

부산복천동 고분군의 경우 시대폭이 좁고 유물이 적지만 대형전시관이 건립된 반면 임당유적은박물관이나 영구전시관이 만들어지지 않아 유물이 사장될 처지. 문화재보호재단 발굴유물은 지역문화재가 서울로 옮겨갈 수 밖에 없고 3개기관에 분산관리돼 통합연구.관리를 위한 전시관마련이절실하다.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 박승규 연구실장은 "임당유적은 여러 시대에 걸친 다양하고도 풍부한 자료때문에 완벽한 전시관의 구축이 가능하다"며 "발굴후의 보존.전시까지 고려하는 문화재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기관의 문화재파괴.훼손과 문화재도난이 잇따라 문화유산의 해가 무색했다. 지난 9월 대구수성구청은 삼국시대 고분이 산재한 곳으로 알려진 두산오거리 야산에서 매장문화재조사도 없이 폭포조성공사를 하다 고분 4기를 파괴했다.

토지공사는 삼국시대 분묘가 조사돼 보존지구로 지정된 임당유적지내에서 공원조성공사를 하다고분 및 주거지 유구를 파괴했다가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경주기림사에서 신라시대 보물급불상이 훼손된채 복장유물이 도난당하고 지난 10월에는 경주 현곡면 오류리의 사적 24호 진덕왕릉이 도굴되는등 올 들어 20여차례의 문화재도난.훼손사건이 발생했다.

문화재지키기 시민모임 김계숙대표는 "공공기관의 문화재파괴가 많은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문화재계에서도 발굴문화재를 시민에게 알리고 영구보존시설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李春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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