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중견기업인의 하소연

어음막기 발등의 불, 하루 버티기도 힘들어

"감원·감봉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단지 며칠을 더 버티느냐, 더 빨리 넘어지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지역의 한 중견건설업체 사장의 하소연은 눈물겨웠다. "우리 회사의 매월 급여총액은 20억원 정도입니다. 직원들을 절반 내보낸다고 합시다. 한달에 약 10억원, 일년이면 1백억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가지고 현 경영위기를 타개할 수 있겠습니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직원 절반가지고 어떻게 일을 해나갑니까"

조직개편도 마찬가지.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계열사를 합병한다고 해서 당장 회생기반이 마련되는것은 아니다.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발등의 불은 그게아니라는 얘기.

이 사장은 직원들이 우연히 하는 얘기를 듣고는 버틸 기력조차 잃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나중에부도가 나서 퇴직금을 못받는 상황에 처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퇴직금 챙겨 나가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고 말하더란 것. "이렇게 얘기하는 직원들을 나무랄 수도 없는 상황이 더없이 나를슬프게 하더군요"

이번달에 막아야 할 어음이 50억원이라는 이 사장은 직원들 월급을 한푼도 안줘도 어음을 막을길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장기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당장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을 대책, 즉금융권이 돈줄을 풀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입경영 구조를 벗어야 하지만 하루아침에 자금줄을 막아 버리는 상황이면 기업들의 경영혁신노력은 헛수고에 불과할 뿐입니다"

〈崔正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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