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IMF체제는 우리사회를 불과 한달도 안돼 거의 혁명적인 힘으로 급변시켜놓고 있다. IMF가 우리들에게 긴급 외화수혈을 하면서 요구한 조건이행과정에서 파생되는 현상이지만 긴안목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무능탓으로 너무 짧은 시간에 태풍처럼 닥친 일이라 미처 준비도 없이 허둥대는 모습은 딱하고 한심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모든 국민들이 한치 앞의 시야도 감지못하면서 꽁꽁 얼어붙은채 다가올 거대한 미래의 불안에 막연히 떨고만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큰 낭패는 이런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정부가 확고한 신념으로 어떻게 될것이니까 이렇게 대처하라는 방향조차 잡아주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우리사회가 극과 극의 현상을 보이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이자 언제 그렇게 모았는지 장롱속의 달러가 대거 은행환전창구로 모여들고 있는게 그 대표적인 케이스이다.실업공포에다 생계마저 걱정하는 판국에 1백50만달러를 원화로 바꿔 불과 한달새 무려 7억원의 환차익을 본 사례가 지금 우리사회의 혼란상을 극명하게 그리고 있다. 막가는 세상을 보는것 같다. 능력 없으면 망할뿐이고 돈 놓고 돈 먹기식의 극단적인 양면이 공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편에선 어린이들이 1달러를 들고 은행창구에 늘어서 있고 주부들은 집안의 금패물로 국가부도를 막아달라는 '신국채보상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차지한 3D업종에도 구직행렬이 줄이어 흡사 전쟁을 치르는 것같이 처절한 생존경쟁으로 아우성이다. 내년이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의 공포속에 이웃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비정해지고 있다. 유일한 대안인 차기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클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한표의 값어치가 그 어느때보다 귀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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