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패배수습 수순, 분열 우려 "조순체제유지" 중론

한나라당이 대선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홍을 겪고 있다. 다만 당내 분란의 최대 요인으로 지적되었던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가 일단 조순(趙淳)총재체제를 인정하고 일선에서 후퇴하기로 함에 따라 당장 내부분란으로 표면화될 것 같지는 않다. 당내 여러계파들의 입장을 한번 정리해본다.

우선 이회창명예총재의 거취대목. 그는 19일에는 강한 재기의욕을 다져 당내 각세력들을 긴장시켰으나 21일에는 총재직 복귀설에 대해 "조순총재의 임기보장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총재께서 당을잘 꾸려 나가실 것"이라고 언급, 사실상 조순체제의 지속을 희망했다. 물론 총재 복귀가 당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것임을 파악한 탓이다. 세력이 없는 이명예총재로서는 조총재와 손는 잡는 외양을 통해 막후에서 힘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명예총재측에서 총재직 복귀를 노리고 추진하려던 조기 전당대회설은 물건너 갈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예총장의 핵심측근인서상목(徐相穆)의원등은 "당내분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조총재체제 유지를 강조했다.다음으로 당대표인 민정계의 실세인 이한동(李漢東)대표. 그는 현재 당운영을 당헌당규에 따라 총재,대표체제로 나아갈 뜻을 강력히 천명했다. 이명예총재의 당운영 배제까지 언급했다. 총재를 간판으로 내세운뒤 당대표로서 최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민주계의 대표주자인 김덕룡(金德龍)의원도 일단 조총재체제 유지파다. 양자간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다.

당내에는 이와 다른 견해들도 있다. 민주당을 이끌고 온 이기택(李基澤)씨는 조총재체제아래에서는 독자세력 형성이 어렵고 이명예총재의 등장이 유리할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역시 가장 큰 변수는 당내 최대실력자인 김윤환(金潤煥)고문의 행보. 아직 정국을 저울질 하고 있는 중. 그는 이명예총재쪽에만 기울지 않고 여당 내부는 물론 여야를 넘는 정국차원에서 모종의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김고문의 일거수 일투족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계도 관심사항. 부산지역출신과 수도권출신이 다소 차이가 있다. 부산출신들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씨의 움직임에도 다소 영향을 받을 것이고 수도권출신 일부는국민회의로의 입당이 이미 점쳐지고 있다.

당내 개혁 소장그룹들도 뭔가 당을 개혁적 색채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못하고 있는 실정.

어쨌든 여러 계파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당장은 조순총재의 간판아래 중진들이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사상초유로 야당신세가 되었지만 1백65석의제1당으로서 파워가 건재한 만큼 뭉쳐있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인식도 작용할 듯하다. 그러나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표출, 구신한국당과 민주당의 지구당 및 당직배분과정에서의 대결, 그리고 외부적요인에 의해 이같은 흐름은 요동을 칠 공산이 높다. 야당이된 한나라당의 지도체제 개편 윤곽이 어떻게 그려질까.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