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심쏠린 정치적 행보

박철언(朴哲彦)과 강재섭(姜在涉). 경북고 선후배이자 다같이 검찰출신으로 청와대에서 함께 대통령을 모셨던 지역정치인. 15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배를 바꿔탔고 한쪽은 집권을, 다른 한쪽은 민심을 잡았다. 지역출신 후보가 없는 이번 대선에서 두 사람이 보인 지역에서의 역할은 상대적으로컸다. 정가에서는 박씨쪽을 '절반의 실패'로, 강씨쪽을 '절반의 성공'으로 규정한다. 새로운 정계개편을 예고하는 김대중시대를 맞아 이들의 정치적 행보가 설왕설래되고 있다. 특히 이지역 정치권의 새로운 맹주로서 자리 매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박철언 자민련부총재는 이번 대선을 통해 지역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대구경북공동선대위원장으로 큰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대선승리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반면 비록 정권창출에는 실패했지만 대선당시 강재섭 한나라당대구시선대위원장의 역할은 이지역출신 어느 대통령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결과에서 보듯 눈부셨다.

박부총재는 줄곧 김대중당선자에게 경도돼 갖은 비판에 시달려왔지만 이제 이를 보상받을수 있게됐다. 김당선자에게 대구유세중 "장래가 밝은 정치인"으로 지칭됐고 얼마후면 지역대표성을 인정받아 입각(통일원장관)얘기까지 나오고있다. 그는 이부분에 대해 "김당선자와 자주 만나 이야기했다"고 말해 이미 합의(?)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강의원은 대선기간내내 이회창후보와 교감을 갖고 그의 이미지제고에 사실상 브레인역을 맡았다.신한국당의 경선에서부터 보인 강의원의 기획력과 추진력은 후보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을때 YS와의 차별화를 시도, 성공한데서 확인됐다. 투표당일에도 이후보가 전화를 걸어와 서로 격려했다며 자신의 위상을 보였다. 당선됐더라면 그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당분간은 멀리피해 있겠다. 후보주위를 맴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말은 복잡한 한나라당의 역학구조속에 그가 TK의원의 한 구심체로 정국을 주도해나갈 것을 예상케한다.

박부총재의 희망은 대권이다. 여기에는 그가 평소 주창해온 대구 경북의 정치세력화가 전제조건이되어야함은 물론이다. DJ의 당선으로 그 여지는 훨씬 넓어졌다고 할수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강재섭 의원이라는 만만치않은 상대가 버티고있다.

강의원이 5년뒤쯤 대권을 넘보고있다는 증거도 여러곳에서 포착된다. 이번대선은 그자신을 지역출신이 아닌 대선후보와 접근시키며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 본것이라 할수도 있을 것이다. 경선당시이인제후보가 강의원의 지역구에서 "이번에 강선배가 나를 도와주시면 5년후에는 강선배를 도와드리겠다"며 공개적으로 강의원을 추켜세우기도 했었다. 그자신 "여러번, 잽을 날리는 선수는 안될것"이라며 지금은 몸체를 불려나가고있다.

박부총재는 "나와 7년후배를 경쟁자로 논한다는것은 말도 안된다"며 "정치인의 평가는 국민들사이의 지명도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월계수회에서 함께 일했던 과거사를 끄집어내며 "강의원은 뛰어난 정치인이고 언젠가는 함께 일해야 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李敬雨·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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