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외상이 우리나라의 정권교체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방한한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그의 방한목적은 아직 결론을 못내고 있는 한.일어업협정 개정문제의 타결을 위한 것이나 실제 속내는 김대중대통령당선자를 비롯한 새정부 지도자들을 만나 불편했던 한.일관계의 재구축을 위한 의중탐색의 뜻이 짙은 것 같다.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 개정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측이 추가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내년초 기존협정을 파기한다는 답을 미리 내놓고 회담에 임하고 있다. 지난 12월초순 한.일양국은 2차례에 걸쳐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배타적 수역의 폭 △독도주변 공해수역의 법적성격 △한국어민의 기존조업권 인정문제등이 합일점을 찾지 못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에 방한하는 오부치외상을 통해 타결을 시도하다 다시 결렬되면 일단 파기를 선언하고 협정이 파기돼도 1년간은 효력이 유효하기 때문에 1년이내 기간중에 다시 재협상을 벌인다는 전략을 꾸며놓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방한하는 오부치외상편에 우리나라가 IMF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일본의 지원 프로그램을 선물로 들려보내 어업협정 개정문제를 둘러싸고 강경한 마음자세를 풀지않고 있는 마음을 회유하는 전술도 아울러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오부치외상의 선물꾸러미속에는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 1백억달러중 1차지원금 33억달러를 뺀 67억달러와 우리정부가 요청한 일본은행들의 채권회수 연기조치도 들어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어업협정 개정문제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구제금융을 회유책의 미끼로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어려운 경제난국속에서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더라도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어업협정문제는 국제법이 정하고 있는 관례에 따라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 어업협정 개정문제는 일본측에선 연내 타결 아니면 파기쪽으로 몰아붙이고 있고, 우리정부도 현 정권이 매듭지을 수 있게끔 노력은 하고있지만 양측의 입장과 지향점이 서로 달라 쉽게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특히 우리의 입장은 독도의 지위에 어떠한 변화가 있어서는 안되며 어민들의 기존조업실적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본의 압력이 아무리 거세고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과제일 것 같다.
거듭 말하거니와 방한하는 오부치외상이 우리의 경제위기를 틈타 구제금융등 약간의 선물로 외교적 이득을 취하려해서는 안된다. 우리정부도 오늘의 국난을 이겨내려면 물론 어렵겠지만 외세의 압력과 회유에 쉽게 굴하거나 설득당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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