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술가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여지껏 눈치채지 못한 삶의면목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번 신춘문예 시 응모작들을 대하면서 심사자들이기대한 것은 바로 그 새로운 안목이었으며 우리의 기대는 과연 어긋나지 않았다.예심을 통해 올라온 시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시는 '메주'(이재춘)와 '공터에서찾다'(문채인)였다. 조용한 목소리로 일상적 삶의 변두리에서 버림받은 것들을 불러내고 그것들로부터 의미와 깨달음을 이끌어 내는 '메주'의 시인은 타고난 눈썰미와오랜 연마를 짐작케 한다. 다만 그가 보여주는 안목이 크게 새롭지는 않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번 심사의 큰 즐거움은 '공터에서 찾다'의 뛰어난 시인을 찾아냈다는데있다. 또 한편의 수작 '지붕 바라보기'에서와 같이 이 시에서 시인은 범상치 않은시선과 능숙한 어법으로 황폐한 세기말 풍경을 보여준다. 그는 현대 도시에서의 공허한 삶을 피티병을 물어뜯는 개의 절망적이고 끈질긴 몸부림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그 표현방식이 또한 어찌나 절망적이고 끈질긴지 독자는 아연 긴장하지 않을수 없다. 이 시의 행과 행사이에 스며있는 그 팽팽한 긴장은 단어 하나하나에 중층적 의미를 부여하며, 자칫 도를 지나친 절망이 상투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제 한 뛰어난 예술가가 끝끝내 애초의 긴장을 유지하기를 기대하자. 한번 길들여진 오리가 다시 들로 돌아가기란 꽤 어렵기 때문이다.
오생근〈문학평론가·서울대교수〉
이성복〈시인·계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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