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시장을 뚫자-품질이 성패 가른다

한국상품의 일본수출에 대한 현실을 보면 80년대 이후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 섬유제품을 시작으로 절대적 경쟁 우위로 여겨졌던 기계 기기품목 마저도 중국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시장의 상당부분을 내어줄정도로 크게 밀려났다.

이러한 현상은 경공업,중화학제품을 막론하고 중간재 보다는 완성재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일본시장에서 한국상품의 경쟁력 위상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것은 한국내 임금 상승에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일본기업의 투자진출 증가및 현지 기술수준 향상을 배경으로 한 중국및ASEAN으로부터의 역수입 증가, 취약한 한국상품 브랜드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때문이다.

한국의 대일수출은 지난 96년 7.5%%감소한데 이어 97년 들어서도 감소세는 계속돼 지난 10월까지 5.0%%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시장 점유율도 95년 5.1%%, 96년 4.6%%, 97년 10월까지 4.3%%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이에따라 95년 일본의 3위 수입국에서 97년에는 4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대일수출이 침체된 이유는 먼저 일본의 내수경기 자체가 부진, 수입수요가 크게 증가하지않는데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이유는 원화의 대폭적인 절하로 대일수출 가격 경쟁력은 다소개선됐으나 중국,동남아산과 구미 선진국산에 비해 각각 가격과 품질 면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본 금융기관은 물론 주일 한국계 은행들도 일본에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한국의 유력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은행이 발행한 L/C만을 취급하는 등우리기업의 수출입 활동에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일본 경제계의 반응은 한국의 경우는 일본과는 달리 금융기관의 융자가 부동산이 아닌 제조시설에 집중돼 있으므로 근본적인 위기가 아니고 수요만 회복된다면 벗어날 수 있는 일시적인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상당수의 재벌기업이도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 개편과 감량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재벌기업의 구조개편이 하청및 계열기업의 연쇄도산과 부실화로 이어져 다시 전체 경기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일본 바이어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경제및 금융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상품의 장점과 특징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한국상품의 구매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하고있다.

그러나 일본 바이어들은 이번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상품의 최대무기인 신속, 정확한 안정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수출업체들이 환율상승과 자금압박으로 원부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신속 납품이 곤란해짐과 동시에 상품 품질도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부 일본 바이어들은 최근의 급격한 원화 환율 변동에 따라 일본으로의 수입가격이 인하될 수있을지에 관심을 표명하기도 한다. 요즈음 우리상품이 일본시장에 설땅이 없다고들 말한다.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및 ASEAN에 대해서는 가격에서 밀리고 일본및 구미 선진제품에는 품질및 브랜드 이미지면에서 밀리기 때문.

그러나 이에대해 도쿄주재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한국산은 중국 및ASEAN산 보다는 품질에서 앞서고 구미 선진국산 보다는 가격에서 앞서며 무엇보다도 신속,정확히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고 주장한다.

이러한 장점만으로도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일본시장이라는 것이다.또한 우리 수출은 이대로주저 앉을 수밖에 없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 주일 한국기업의 직원들은 일본이 의외로 방대한 시장이므로 그렇지않다고 주장한다.

예를들어 건설의 경우 연간 80조엔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고 식품의 경우도 방대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각 성(省),청(廳),현(縣)별로 시행하는 조달물품시장도 97년부터 외국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이처럼 일본은 개방돼 가고 있으며 대부분의 업종별 시장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수출시장이다. 일본시장은 어떤 품목이 유망한가라는 점보다 어떠한 전략과 사고를 가지고 침투할 것인가라는점이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시장에서 한국의 제품이 성공한 사례도 많다. 한국의 진로재팬사는 판매를 일본기업이 담당하는 전략으로 소주시장 개척에 성공, 지금은 독자적으로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농심(農心)의 경우 이같은 방식으로 신라면을 수출, 라면 단일 품목으로 일본시장 진출사상 최고인 97년 한해동안 약 3백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국내라면시장이 정체된 상태에서의 수출 신장이므로 더욱 값진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일한국대사관 임내규(林來圭)상무관은 일본은 세계 최대의 농수축산물 수입시장인데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신선한 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최고급 식품을 공급하는 기지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이름나 있는 일본시장은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훈련장이라고 말했다. 임상무관은 일본서 팔리는 상품은 다른 시장에서 더 잘 팔린다는 점을 유념해 한국기업들이 포기하지 말고 일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때라고 강조했다.

〈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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