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갈림길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북한동포를 거부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보가치를 지닌 거물인사는 받아들이고, 목숨걸고 탈출한 평(平) 주민들은 거부하는 이중잣대를 지니는 한 통일은 요원합니다. 우리가 IMF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 모라토리엄(국가부도) 일보직전까지 추락한것도 결국 양심붕괴 때문 아닙니까. 북한동포에 대한 차별정책도 양심 파기나 마찬가지입니다"약사지만 농사짓기를 택한 아내 김현숙씨(함께하는 주부모임 회원)와 경북 김천시 월명에서 사는양희찬전도사(36·'빈들공동체'대표·사진).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90년 3월부터 부랑인을 위한 빈들공동체를 꾸려온 양전도사는 부랑인 문제보다 더 화급한 북한동포의 식량난을 지원하기위해 지난 일년동안 중국 연변을 다섯차례 이상 오갔다.
사기피해를 입은 조선족을 위한 구원운동에 참여하다가 북한동포들의 기근소식을 접하고 지난해연초부터 북한동포에 옥수수 보내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양전도사는 모 중앙일간지와 대대적인캠페인을 펴기로 했으나 정부시책과 달라 성사시키지 못하고 뜻있는 시민단체, 지인, 빈들공동체등 민간의 힘으로 지난 한해동안 북한에 10t의 옥수수를 간접지원했다.
"처음 이 운동이 전개됐을때만 해도 3천5백억원 정도면 북한의 기근 문제를 일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외환위기로 인해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6천억~7천억원이 있어도 모자라고 그나마 IMF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뚝 떨어져버렸습니다"
연변에서 북한소식에 정통한 조선족을 많이 접촉하면서 적지않은 북한동포가 기아로 죽어갔다고전하는 양전도사는 먹을게 없어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과 베트남 국경 지뢰지대에서 핑퐁식 떠밀기로 실종됐던 주민 십여명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국경 지뢰밭에서 실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가 중국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지난해 연말에 목숨을 걸고 대한적십자사 총재앞으로 마지막 구원 요청 편지를 보낸 최근옥씨와임산부인 아내 송씨도 양전도사와 목숨을 건 탈출여행을 함께 한 사람들이다.
"살아있으니까 산 거죠. 국경지대 그 지뢰밭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들을 버린다는 것은 우리 양심을 버리는 것이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45년부터 대량탈주가 러시를 이룬 지난 89년까지 서독에는 2백만명의 동독주민이 넘어왔지만 단 한명도 버리지 않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북한주민의 엑소더스를 무조건 다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하는 양씨는 우선 중국내 북한주민의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난민수용소를 만들도록 교섭하고, 그 수용소 유지비용을 한국에서 대는 방식을 택해볼 만하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빈들교회에 부랑인을 수용하고 있는 그는 "교회들이 자기네 건물을 올린다든지 하는데 투자하지 않고 이웃을 위한다는 원칙만 세운다면 재원은 얼마든지 확보될 수 있다"면서 올해부터 급증할 실업인을 위한 실업목회를 곽은득 목사(작은교회) 등과 추진할 계획이라고밝힌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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