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갖지 못한 아낙네가 애타게 치성을 드리던 야릇한 형상의 바위. 동네 과부들 바람나지 못하도록 동네 어귀에 선 수막살이 바위. 노인이 처녀에게 연정을 품다 이루지 못할 죄스러움에 몸을 던진 상사바위.
숱한 발길이 오가면서도 예사롭게 지나쳐버리기 쉬운 성석(性石)들이다. 마을 어귀나 들판, 높고낮은 산 어디에나 우리네 삶과 함께 늘려있다.
동국대 오출세 교수는 "탄성이 나올 만큼 절묘한 모습을 한 성석들은 부녀자들이 수천년 동안 간절히 기도해온 성신앙의 현장이자 우리네 삶이 담긴 익살과 해학의 신앙물이다"고 성석의 의미를부여한다.
하지만 앞쪽을 봐도 뒤를 봐도 영락없이 그것(?)과 닮았다. 그래서 아무도 보는 이 없는데도 마주대하면 심장이 방망이질 하고 낯이 붉어지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아들낳기, 가족 건강, 수명장수, 마을안녕, 풍농·풍어 등 현실적이면서서도 구체적인 소망을 갖고 성석들을 찾아 숭배해왔다.
전국 각지에 널리있는 성신앙의 현장에는 수천년 전은 물론이고 과학문명이 발전한 오늘까지 소원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이 찾고있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 있는 건들바위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성석이다. 20여년 전만해도 초사흘 또는 초이레가 되면 치성을 드리는 부인들이 많아 촛불을 켤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성석들은 마을신앙의 대상으로 사랑을 독차지하는가 하면 숱한 수난을 겪는 등 마을에 따라 다른대접을 받는다.
안동 풍산읍 하리 낙동강 둑 아래 있는 골막이 선돌은 푸짐한 대접속에서 영화를 누리고 있다.정월이 되면 제관을 뽑고 선돌주위에 황토흙을 뿌려 정화를 한 뒤 금줄을 치고 제를 올리는데 제관은 3일전부터 목욕재계한다.
반면 전남 승주군 화지마을 앞 들에 있는 성석은 온갖 수난을 겪어왔다. 보기만 해도 부녀자들이바람난다며 건넛마을 사람들이 자빠뜨리면 화지마을에선 남정네들이 힘을 못 쓴다고 일으켜 세웠다. 이런 공방전은 수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성신앙의 현장에는 애잔한 전설과 웃음이 터지는 일화가 반드시 따른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옥황상제의 딸을 짝사랑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어 바위가 됐다는 울산 울기등대앞바다의 총각바위. 한 처녀를 사랑한 두 청년이 함께 살면서 여자가 출산을 했으나 어느 성씨인지 구별할 수가 없자 두 성 밑에 이름을 불렀다는 경남 거창 현성산 정상의 이자성(二字姓) 바위도 예사롭지 않다.
경주남산 정상 바로 아래는 슬픈 전설이 깃든 상사바위가 있다. 신라때 옆집 소녀를 무척 귀여워한 노인이 연정으로 변해 고민하다 처녀의 집이 잘 보이는 남산에서 바위로 변해버렸다. 노인이상사뱀으로 처녀의 꿈에 나타나자 모든 것을 알게 된 처녀가 결국 남산 벼랑에서 몸을 날려 노인곁으로 가게 된 전설이 산새의 울음소리와 함께 처량하기만 하다.
경북 예천군 대죽리에는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잘 새긴 선돌이 버티고 서 있다. 수막살이 선돌이지만 심술이 대단하다. 동네과부들이 딴 곳으로 재가를 못하도록 동네어귀에서 눈을 부릅뜨고지킨다고 한다.
경북 청송 주왕산의 아들바위는 돌을 던져 바위에 얹히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때문에 10m 떨어진 곳에서도 돌멩이가 수북이 쌓여 더 이상 얹힐 자리가 없다.
경남 거창읍 상동마을 사람들은 동네 한 복판에 있는 선돌이 큰 불편을 주고 있지만 음력 정월보름에 제사를 지내고 정성껏 보존하고 있다.
강원도 어느 마을에서는 처녀의 바람기를 막는다고 여근석에 철제 정조대를 입히는 웃지못할 사건(?)이 발생했고 한 절에서는 낯 뜨거운 형상을 한 성석때문에 비구니들이 절을 등지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문경새재의 여궁폭포석, 군위군 부악면 대율동의 진동단 등 마을마다 내로라 하는 성석들이 버티고 서서 세상살이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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