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0년쯤 됐나. 평생 고래고기를 만졌지"
재래시장으로는 경북도내 최대규모에 가장 오래된 포항 죽도시장내 할매고래집.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운 가슴살과 갈비, 지느러미등 기름이 잘잘 흐르는 고래고기들이 수북하다.김윤옥할머니(70·사진). 3평 남짓한 가게에서 50년 동안 오직 고래고기만을 팔며 외길인생을 살고 있다.
"경매에서 마음에 드는 고래를 입찰받기는 서울 법대에 들어가는것 만큼이나 어려운거여. 좋은 물건 건지기 위해 평생 가슴졸이며 살아왔제. 시작할땐 조금하다 치우려했는데 평생 업이 됐어. 쟤네들이 또 이 업을 이으려고 하니… 피는 못 속이나 봐"
세딸중 두딸은 7년전부터 가게에 나와 어머니를 돕고 있고, 남편과 맏아들은 고래가 잡혔다는 전갈이 오면 즉시 달려가 입찰을 해오곤 한다.
둘째딸은 어머니를 이렇게 평한다. "엄마는 눈이오나 비가오나 매일 새벽 5시면 가게에 나옵니다.고기맛은 칼끝에서 나온다며 반드시 당신이 재단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죠. 이런저런 부분을챙겨 단골들에게 건네줄 때는 장사에 도통한 것 같기도 하고…"
김할머니 가게에는 미식가는 물론 향수에 취해서 오는 단골들이 늘 북적거린다. 지금은 동해안에서 제일가는 고래전문가가 됐지만 김할머니도 무척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고래잡이가 금지된 70년대가 바로 그때. 규제가 심해 몇년간은 숨어서 겨우 장사를 했다 한다. 포항지역의 15군데 고래고기 취급가게가 당시 모두 문을 닫았었다.
"고래고기가 몸에 좋은지 여부는 날 보면 알잖아" 고래고기를 많이 먹어서일까, 누구라도 살갗이포동포동한 김할머니를 칠순으로 보지 않는다.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고 민병대를 만들어 울릉도 지키기에 앞장섰다는, 누구보다 국가관이 뚜렷한 남편(73)도 아직 정정하다.
현재 포항에서 고래고기를 맛볼수 있는곳은 김할머니집과 마주보며 영업중인 왕고래집등 두군데다.
〈포항·崔潤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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