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은대륙에도 부실금융 불똥

아프리카 최대의 인구대국 나이지리아가 최근 엄청난 금융기관 부실로 은행이 잇따라 도산하고있다. 특히 부룬디를 비롯한 중앙아프리카와 알제리의 내전이 확대되고있고 짐바브웨는 물가폭동으로 약탈마저 자행되는 시점이라 나이지리아의 '금융위기'는 자칫 검은 대륙을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을 도화선이 되지않을까 우려되고있다.

나이지리아 폴 오그위마 중앙은행총재는 지난 19일 국내 26개 시중은행이 파산했다고 선언했다.표면상 드러난 이유는 이들 은행이 지난연말까지 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본금수준(6백70만달러)을지키지 못하고 이를 잠식했기 때문.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 보면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인 부패가숨겨져 있음을 알수있다.

파산은행의 고정자산은 모두 2천3백만달러인데 반해 총부채는 이의 16배가 넘는 3억8천만달러나된다. 물론 대부분이 부실채권인데 이들 은행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것은 당국이 외환정책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으로 부터 달러를 싸게 구입, 암시장에다 짭짤하게 내다팔수있는 은행의 '이권행위'를 무슨 정치적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당국이 이를 원천봉쇄해 버린것. 이들 은행의 총예금은 2억1천7백만달러이나 보험회사가 예금보증해줄수있는 규모는 1억3천3백만달러에 불과해 "예금주 절대보호"라는 폴총재의 선언에도 불구, 상당수 예금주가 돈을 떼일 판이다.당국은 국민의 신임을 얻기위해 '파산은행 재판소'를 설치, 은행관련자 십수명을 조사하고 있는데상당수는 이미 해외로 탈출하고 없는 상태다. 그렇다보니 수도 라고스의 알라그본 지역경찰서에는거물급 은행인사들이 구금돼 있어 아예 '알라그본 은행'이란 닉네임을 얻고있다.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나이지리아는 쿠데타와 암살로 얼룩진 현대사로 인해 아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93년 7번째 쿠데타에 성공한 사니 아바차 장군이 대통령에 취임한후에는 아예 정치활동조차 금지되고 있다. 세계10대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지만 아직 세계은행으로부터 빈국(貧國)대접을 받고있고 부정부패는 곳곳에 만연해 있다. 경찰관은 아예 운전자들로부터 돈을 뜯는 직업으로 인식돼있다.

경제부흥과 '나이지리아적 민주주의'를 외친 아바차대통령은 쿠데타당시 올10월이전에 자유총선실시를 약속했으나 지금 나이지리아에서 이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금융기관 싹쓸이가 그의 독재정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술수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경제실패는 나이지리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있다. 한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태국등 경제실패 위정자들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듯 나이지리아에도 분명 또 한차례의 폭풍이 스쳐갈것으로 보인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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