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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빼앗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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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길 설은 봄의 문턱. 올해도 입춘(2월4일)이 5일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빼앗긴 들에도봄은 오는가.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 조차 빼앗기겠구나'(이상화).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나의 님은 갔습니다'(한용운). '나는 눈물의 왕이로소이다'(홍사용)…허망한 탄식들.IMF. 정리해고 예감으로 도시인들이 떨고 있다. 설이라고 고향을 찾는 발걸음이 그래서 더욱 무거웠다. 부모 뵙는 머리가 더 숙여지던 설. 이제 돌아와 다시 일터에 섰다. 과연 봄은 올 것인가.그러나 지금 도시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겨울. 끝난 줄 알았던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음을 모르는 도시인이 있으랴.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광복 이후 가장 길고 혹독할 것임도.하지만 겨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떨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김영랑선생은 그럴지 모를후손을 미리 경계했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그래서 변영로는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 보다도 강하다'고 했다. 노자영은 '아,빨간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라고 썼다. 심훈선생은 어땠던가? '그날이 오면, 나는 밤하늘에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렇다. 봄이 오지 않는다고 어찌 울고만 있을소냐.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바로 우리 스스로봄을 만드는 일. 제가 안오면 내가 만들면 될 터. 일본에 나라를 뺏기고도 내손으로 봄을 만들겠노라 이 악물었던 선인들, 이제 후손들의 행동거지를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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