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뉴스메이커(15)-미국 국방성 '펜타곤'

"미국이 무기사찰을 거부한 이라크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나 여타 중동국가들이전면 지원할 것으로 봅니까"

"걸프지역에 미군사력을 더 늘릴 계획입니까"

지난 2일 오전 미 펜타곤 기자회견장. 20여명의 기자들이 99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발표한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에게 초미의 관심사인 이라크사태에 대해 잇따라 질문을 던졌다. 기자석 앞줄에 앉아 지명을 받지 않고서도 바로 질문하는 유력지 기자들에 밀려 뒤에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연신 손을 들어대는 기자들에게 코언 장관은 "최상의 해결책은 이라크가 유엔의 무기사찰을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에서 세계의 안보를 좌지우지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첨병 '펜타곤'. 냉전이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독보적 위치를 굳히는 중심역할을해온 펜타곤은 북한, 이라크문제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때마다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뉴스메이커다.

각국 군 수뇌부의 방문과 회의가 그치지 않는 미 국방부의 사령탑인 펜타곤 청사는 하나의 도시로 불릴만큼 규모가 엄청나다. 지난 43년 8천3백만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16개월만에 펜타곤(5각형) 모양으로 완공된 이 건물에는 2만3천여명의 국방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청사 입구 검색대를 통과하면 직원들만 이용할수 있는 식당, 서점 등 편의시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대형 쇼핑센터를 방불케한다.

펜타곤 청사에 밤 늦도록 불이 켜지면 청사 주위의 식당 주인 등 시민들은 뭔가 심상찮은 일이벌어질 것을 예감한다. 지난 91년 미군의 대 이라크 '사막의 폭풍' 작전때도 식당 주인들은 저녁을 주문하는 국방부 직원들의 전화가 쇄도한걸 보고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간파했다고 한다.연간 예산 2천5백억달러(미국전체 예산의 15%%), 현역병 1백40여만명의 미 군사력을 관장하는펜타곤은 탈냉전에 따른 국방예산 삭감에 따라 병력 감축, 무기 현대화 등 개혁을 통해 21세기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지킬 방침이다. 또 이같은 미국의 위치에 맞서려는 아시아·유럽지역 강대국들에 대한 견제구도를 구축하는 일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무기수출국인 미국의 국익에만 치중하는 펜타곤의 안보정책은 주변국의 비난을사기도 한다. 워싱턴 소재 '미국 아시아 연구소'의 조지 고노시마 회장은 "지역 평화를 앞세운미국의 대 이라크 제재는 중동지역에 무기 수출을 계속하려는 미국 군수업체들의 로비결과라는비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펜타곤내 국방안전지원기구(DSAA)가 미국산 무기의 해외판매를 노골적으로 지원할 정도로 미국의 군수산업은 국내 일자리 제공, 산업기반유지 등 경제 실익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군수업체의 영업활동까지 벌이는 미국의 모습은 유일 초강대국의 위상에걸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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