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이양된지 8개월째 접어든 홍콩에선 '폭풍속 찻잔'이란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무능한 홍콩정부, 불안한 경제 등에 대한 불만을터놓는 홍콩주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이제 홍콩에서 중국당국은 그리 걱정의 대상이 아니다. 주권 이양 당시 중국 공산당정부가 홍콩주민의 자유나 재산권을 박탈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대부분 사라졌다. 중국당국이 향후 50년간 홍콩의 고도자치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비교적 잘 지키고 있기 때문.
문제는 오히려 홍콩정부의 실정(失政)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퉁치화(董建華) 행정장관으로 대표되는 홍콩행정당국이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에 젖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 금융위기에 직면한 홍콩의 경제문제를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퉁 행정장관은 취임 당시 정치보다 주택 보급률 확대, 선진교육 도입 등 민생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홍콩주민의 지지를 받았었다. 그는 연간 8만5천가구의 아파트를 분양, 오는 2007년까지 주택보급률을 70%%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 달러화와의 고정환율정책아래 금리는 오른 반면 부동산가격은 30-35%%나 급락, 중산층 주택 구매자들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홍콩주식시장을 주도하는 부동산업계의 침체로 주가도 주권 이양 당시보다 39%%나떨어졌다. 외국 관광객의 감소로 매상이 줄어든 홍콩 소매상들은 이달초 가게 임대료를 40%%정도 깎아달라며 시위를 벌였고 실업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사무실 주변에 철창을 둘러 대중과의 '벽'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은 퉁 행정장관은 무고한 인명을앗아간 홍콩 조류독감이나 영어 대신 중국 보통어 교육 실시 등 불만을 사고있는 민생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일부에선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면 훗날 더큰 만족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도 한다. 그러나통치 과도기와 아시아 경제위기라는 이중고를 겪어야하는 홍콩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실것 같지않은 분위기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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