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역사의 교훈

역사란 정녕 되풀이 되는 것인가. 1백여년전 우리 민족은 외세로부터 주권을 찬탈 당하고 이른바'개혁'과 '개방'을 강요받았다. 외세의 침략은 민족경제를 급속히 해체시켜갔고 그에 맞서 의병전쟁과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 IMF의 신탁통치로 국민경제 전반에 해체 위기를 맞고 있고, 금모으기운동을 시작으로 '신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이 설마 그 시절 같을라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절대적 국력이야 그 시절보다 강해졌다 할 수 있으나 상대적인 세력 관계에서는 오히려 더욱 약해진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외제가 직접 군대를 출동시켜야만 우리 민족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자본의 이동만으로도, 아니 신용평가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 같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어느 시대이든 위기가 닥치면 개혁의 요구가 대세를 이룬다. 한말에도 정부는 개혁을 시도하였고,지금도 개혁은 긴급한 국가적 과제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개혁을 시도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득권의 이익과 타협하는 개혁이나, 무너지고 없어져야 할 것에 연민하는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 원인을 남겨두면 위기가 극복될 수 없는 탓이다. 또한 당면한 문제해결에 급급해 법과 제도의 개혁에만 매달릴 뿐 국민대중의 민주역량을 성숙시키는데 소홀한 개혁도 반드시 실패한다. 주체가 없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말 우리 민족은 여기에 소홀해 개혁에 실패하였고, 결국 외세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위기극복을 위한 신정권의 개혁 작업에 대해서도 벌써 '겉핥기식'이니 '용두사미'니 하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우리가 진정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염려한다면 역사의 교훈에 절대적으로 겸허하고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윤갑계명대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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