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 바뀌는 결혼풍속도-신혼살림 중고면 어때요

IMF 한파가 가정의 구조조정까지 몰고오면서 신혼살림을 중고품으로 장만하거나 결혼비용을 대폭 줄이는 등 '결혼거품' 걷어내기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IMF 한파가 엄청난 액수의 결혼비용과 허례허식에 사로잡힌 결혼문화를 바로잡는 결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최근 대구시내 8개 구청별 재활용센터와 민간재활용상가에는 신혼살림을 장만하려는 예비신랑신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수성구재활용센터 최상길씨는 "예전에는 비교적 중년층이 많이 찾았으나 최근 2~3개월새 신접살림을 중고로 준비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들려준다. 최씨는 6자 장롱, 세탁과 탈수가 한통에 되는 전자동 세탁기, 화장대, 식탁, 14~16인치 TV, 3백ℓ냉장고까지 포함해서50만원이면 살림살이 일체를 구할 수 있는 경제성이 예비부부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재활용센터 한 관계자는 한달 평균 3백~4백명이 재활용품을 구입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쓰던 물건을 내놓는 이들이 줄어들어 중고품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 연말 딸을 시집보낸 대구시 서구 평리동 서모씨는 "예단, 혼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부부와 딸이 느껴야 했던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식을 위해 써야 하는 비용에 놀라지 않을 수없었다"며 "이제야말로 물질위주로 굳어진 우리네 결혼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서씨는 신부 화장비 1백만원, 웨딩드레스 빌리는 값 1백만원, 사진촬영비 2백만원, 예식장 무료 사용 대신 요구되는 최소 5백명분의 식사비 등이 부담스러웠지만 어차피 내야하는 기본 피로연비를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보냈으나 예상외로 사람이 많은 오지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녀 한쌍의 결혼비용은 평균 3천6백79만원으로 혼수9백23만원, 예물 7백33만원, 예단 7백15만원, 피로연 3백50만원 등이다. 여기에 주택마련비용까지포함하면 7천5백만원에 달해 결혼비용은 GNP 대비 미국의 4.8배, 일본의 3.2배를 기록한다.대구대 소비자가족학과 조희금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생활은 외형적인 것, 포장, 남의 눈치보기에급급했다"며 "일부 가정에서 시작된 허례벗기가 대중적으로 확산돼야 최근 밀어닥친 IMF위기를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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