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정부조직법 발효

정부가 지난달 28일 불투명한 '김종필(金鍾泌)총리 인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새 정부조직법을 발효함에 따라 행정의 파행 운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부처는 생겼으나 업무를 지시하고 결재할 장·차관이 없고, 통합 부처의 공통부서들이 이중으로 가동되는가 하면, 신설 부처는 법적으로 조직을 갖췄지만 직원은 없는 등 조각때까지전무후무한 기형적 행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정부조직법의 발효가 고건(高建)총리 내각의 지난 나흘에 걸친 '사실상'행정공백을 '법적인' 행정공백으로 공식화하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관가 일각에서는 "무정부상태 직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총무처는 업무공백을 우려, 이날 정부조직법 공포 결정에 맞춰 '인사처리지침'을 각 부처에시달했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은 조직이 바뀌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온 업무를당분간 계속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가장 혼돈스러워 하는 곳은 '부처'가 자동적으로 없어지면서 새 장관도 맞지 못하는 재경부,통일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등 7개부처.법제처, 보훈처, 비상기획위 등 차관급으로 낮아지는 기관의 장관들도 자동 면직되지만, 당분간 차장이 업무를 대행하며, 공보처와 정무1장관실 등도 부처 자체가 폐지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내주부터 중요 정책결정 결재라인은 마비되며 업무불능에 빠진다는 것이 이들부처의 공통된 고민이다.

차관들이 무보직 정무직 공무원으로 출근해 부처를 관장하겠지만 신설 부처의 책임자가 아니어서 결재 도장은 찍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요 정책결정이 많이 걸려있는 외교통상부가 큰 일"이라며 "만일대형사건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행정자치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누가 수습을 지휘할 것이냐도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합부서의 혼란도 상당하다. 내무부와 총무처가 합쳐진 행정자치부의 경우 우선 일반 직원의 소속처는 행정자치부로 바뀌지만 새 장관이 인사 재발령을 하기 전이기 때문에 실·국장, 과장 등은 없다. 직원들은 보직이 없고 소속 과(課)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분간 '관성'대로 전부터 해오던 업무를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참사가 빚어질 경우 행정자치장관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책임자가 없이 각 부처별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깃발은 올랐으나 장관은 물론 직원들이 모이지 않은 부처도 생겼다. 신설되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정부조직법 발효와 동시에 조직이 생겼으나 직원은 1명도 없는 상황이다.총무처 관계자는 "이들 기관의 주축이 될 재경원 예산실 직원들은 일단 재경부로 소속됐다가 추후 기획예산위원장이나 예산청장이 행정자치부에 인력배치를 요청해오면 그때 배치하게 된다"며 "그때까지는 인력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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