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철 유상부회장-이구택사장 체제 의미

이번 포항제철 핵심경영진 인사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50대의 유상부(劉常夫·56)회장과 이구택(李龜澤·53)사장의 경영일선 등장이라는 세대교체다. 또 포철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회복한박태준(朴泰俊)전회장이 측근중에서도 이른바 'TJ(박태준)사단' 2세대격을 기용함으로써 정치성을최대한 희석시키고 내부승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도 의의를 가진다.

특히 유회장은 토목공학을 전공해 포항·광양의 양대제철소 건설을 주도했으며 이사장은 금속공학 전공으로 철강생산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1인자로, 둘 다 현장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번인사가 IMF위기 극복을 위한 '실무형'에 초점이 맞춰 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포철은 '박태준-유상부-이구택'으로 연결되는 삼각협의체 형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각각의 역할분담은 박씨가 포철과 정부(정치권포함)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고, 지난 2년간 삼성그룹의 일본본사사장을 지낸 유회장은 통상분야등 해외부문을, 이사장은 생산을 담당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대선이후 차기포철 경영진에 TJ사단 재입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황경로전회장과 박득표전사장 이대공전부사장등 TJ사단 1세대들이 주대상. 유상부씨나 이구택씨는 2순위였다. 그러나이번 인선에서 2순위자들이 입성함에 따라 포철의 노령화를 우려해온 안팎의 불안을 불식시키고'포철은 포철맨이 경영한다'는 내부승진의 기틀을 다짐으로써 내부적인 화합을 이끌어내게 됐다.유회장-이사장 체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산적해 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포철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아사(餓死)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철은 지난해 부도를 낸 한보철강을 위탁관리하고 있고, 삼미특수강의 일부를 인수해(창원특수강) 운영중이다. 또 최근 기아그룹이 기아특수강 매각방침을 밝힌 뒤 포철만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적자투성이인 신세기통신의 정상화를 위한지분구조 재검토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의 경영정상화 방안마련도 촌각을 다투고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경영권을 쥐게된 신임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경영불간섭과 전폭적 지지. 사실 김만제회장도 기업경영에 관한한 큰 문제는 없었다. 취임이후 계열사 통폐합과 본계열사직원 2천5백명을 내보내는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그의 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그의 경질사유가 된 '방만한 경영'의 실체중 상당부분은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외부에서 영입된김회장이 혼자서 감당하기에 권력의 힘은 너무 컸기 때문이지 경영자로서 그의 능력부재를 탓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편 이번 인사를 앞두고 회장 사장등에 기용이 점쳐졌던 TJ사단 1세대인 황경로 박득표 이대공씨등의 거취는 또다른 관심거리로 남아있다. 황씨는 TJ퇴진 이후 이미 한차례 회장직을 맡았고,박씨는 최근까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금강공업이 부도를 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포철요직 재입성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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