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백억 긴급자금 지원 할말있다

벼랑끝에 선 출판계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되었다. 출판인 중의 한사람으로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출판업계의 심각한 자금난 타개를 위해 대통령이 지시한 5백억원 지원은 오늘의 경제현실에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지식과 정보의 사회로 지칭되는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출판활동의 위축이가져올 나라의 앞날을 바로 본 문화정책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각계가 반기고 있다.여러 산업중에서도 출판은 당대 최고의 지적산업이며 첨단과학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줄곧 영세성과 낙후성으로 대변되어 왔다.

금번의 대형 서적도매상들이 줄줄이 부도가 난 것은 일차적으로 계속적인 매출격감에 있겠지만전근대적인 유통구조의 난맥과 과당경쟁이 불황과 함께 닥쳐온 출판량의 격감, 부도를 우려한 출판사들의 원활치못한 책공급 등으로 자금회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지원금만으로 부족하다면 기금을 더 모아서라도 유통의 현대화, 합리화 및 정보화사업, 양서출판을 돕는 일에 쓰여져야 한다.

유통의 현대화 우선

현재의 유통구조는 출판사 측으로 볼 때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국내에 등록된 출판사는 1만2천여개나 되지만 제대로 활동을 하는 출판사는 1천여 업소에 불과하다. 그런데 소규모의 영세출판사에서도 상업성은 없으나 양서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원칙적으로 독자들에게 소개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각 지역별로 영업거점을 확보해야 하는 현실이 소규모 출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농협처럼 각 권역별로 판매협동조합을 만들어 모든 자료를 전산화하고 전국을 연계하는 영업망을구축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또한 공공도서관이 학술·전문도서 및 양서를 구입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예산을 현실화하여 지식산업의 후견인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 전국에는 3백50여개의 공공 도서관이 있지만 자료구입비는 예산의 10분의 1정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서검정 작업도 시급

그리고 독자들은 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주부독서회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니터 요원으로 활용하여 양서를 찾아내는 일에 보다 많은 노력을기울여야 한다. 양서의 검증은 출판사에게도 독자에게도 꼭 필요하다. 이러한 모니터제도를 지원함으로써 양서출판에 대한 의욕을 북돋우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 자금의 활용을 둘러싸고 이익집단끼리 내분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귀기울였으면 한다.

책은 여러 매체중에서도 그 생명력이 길어 민족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시적 성과나 현실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지금은 배고프고 속이 쓰려도 장기적 안목으로 출판산업의앞날을 위해 쓰여지길 촉구한다.

이 자금이 한끼의 시장끼를 해결할 생선이 아니라 미끼가 되어 큰 수확으로 거듭 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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