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료=경제,이산가족=정치 주장

베이징- 베이징(北京) 남북당국 대표회담에 임하는 북측 대표단은 회담 첫날부터 '선(先) 비료지원' 주장을 고수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비료를 얻어가야 하는 실리를 고려한 듯 과거처럼 남측 대표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며 회담을 선전전(宣傳戰)으로 이끌려는 태도는 삼가고 있지만, 궤변이랄 수 있는 기묘한 대응논리를 개발,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북한측 단장 전금철(全今哲)정무원 책임참사는 14일 첫 기자회견을 갖고 무려 1시간에 걸쳐 북측입장을 장황하게 밝히며 선(先)비료지원의 정당성을 옹호했지만 사실과 다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북측이 먼저 비료 20만t 지원을 요청해왔기 때문에 비롯된 회담임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남측이 먼저 비료를 준다고 해서 나왔다"고 주장, 비료문제부터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아직 물러서지않고 있다.

북측은 비료 지원과 이산가족 문제를 연계시키는 남측 요구에 대해, "비료지원은 인도적이고 경제적 문제이며,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정치적 문제이므로 남측이 내세우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분리시켜야 한다"며 '비료=경제,이산가족=정치'라는 기묘한 논리에 정경분리 원칙을 갖다 붙였다.

특히 끊어진 혈육의 끈을 잇기 위해 최소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시점이라도 정하자는 남측 제안에 대해서는, "정치문제를 비료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다"면서 이산가족 문제가 정치적문제라고 강변하고 있다.

북측은 또 남측의 상호주의 원칙에 대응해 자신들은 이미 남측에 두 가지의 큰'선물'을 줬기때문에 그 다음에는 마땅히 남측이 비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회담에 응한 것 자체가 양보이고, 비료문제만 논의할 수 있는 회담임에도 비료문제외 호상관심사를 토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양보"라는 것이 북측이 주장하고있는 '선물'이었다. 전금철은이를 "우리가 크게 혜택을 베푼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비료 사정이 절박한 북한측이 비료를 지원해달라고 해서 베이징회담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회담에 응한 것 자체가 양보라는 북측의 논리에 대해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회담장주변의 공통된 지적이다.

북측은 당초보다 훨씬 많은 50만t의 비료 지원을 요청했고, 전금철은 수량의 근거로 "남측에는50만∼60만t의 비료가 남아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고 주장하면서 이왕 지원할 것이면 지원에인색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금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남측 관계자들의 반박이다.

남한에 있는 모든 비료 생산시설을 1백% 가동할 경우 생산량이 수요량에 비해 50만~60만t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지, 현재 재고량이 그 정도가 아님에도 마치 재고량이 50만~60만t 있는 것처럼오도하고 있다는 것.

당국간 회담에 임하면서 비료요구량을 정한 근거로 객관적 자료가 아닌 언론보도자료를 제시한것도 문제이며, 이처럼 '엄청난' 양을 제시한 것은 협상에서 보다 많은 성과를 얻어내기위한'버티기'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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