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공직자들이 바로 서야

새정부출범 두달이 돼 간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난을 인수한 셈이 된 김대중대통령은 비교적현실인식과 대응에서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이다. 김대통령은 전임(前任)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국정운영의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각부처의 업무파악 능력이 돋보이고 처방도 적절한 것이 많은 것 같다. 물론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자각과 협조가든든하므로 대통령이 오히려 일하기 편한 일면도 있다. 근면·절약정신으로 다시 뭉쳐 밝은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단결과 성원이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본다.---신여권세력 왠지 불안

지금같이만 잘 되면 좋겠는데, 아슬아슬하고 걱정스러운 점도 크게 눈에 띈다. 대통령 자신의 문제라기 보다 공동집권에 성공한 신여권(新與圈)세력이 왠지 불안한 감을 준다. 대통령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그를 받들어 나라를 움직여 나가는 집권층이 바르게 서지 않으면 대통령의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말 것이다. 우선 정치권의 행태가 거슬리기 짝이 없다. 집권세력이 지금 당장거야(巨野)가 버겁다고 어떤 방법으로든 여당덩치를 키우고 싶어하는 심사가 드러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의 길을 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다음도 선의의 경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도록 조신(操身)해야함에도 그렇지 못하다. 1천만표를 받은 정당을 흔들어서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고작 40만표 더 받아 집권했으면 막강한 반대국민들을 의식하는 것이 옳다. 정계개편이라는 말처럼 듣기 싫은 용어가 없다. 정강과 이념이 서로 맞아 떨어지는 정당끼리 합치든가, 헤쳐모여를 해서 수평적정권교체가 가능한 양대정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른 길일 것같은데, 야당의원 비리 내사설등을 흘려 겁주고 있는 듯 한 모습은 딱하다.

국회의원 과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당초 밝힌 바대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비판할 것엔 철저한 자세로 임하는 모양새를 갖춰야한다.

---겁주는 분위기 조성

경제정책도 '몰아 가는 식'에서 '함께 가는'형식을 취해야 한다. 대기업군(群)의 구조조정문제도지나치게 닦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불쑥 불쑥 불만을 터뜨려 겁주는 것 같은 분위기조성은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집권층 인사들이 지난 정권때의 천대와 멸시를 단번에 앙갚음 하려는 듯한 발언과 처신은 삼가야겠다. 영원한 집권은 없다. 그들 자신이 다시 준엄한 심판대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깊은 역사의식을 갖는 게 좋겠다.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표현을 한 바 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면,정부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해야할 것이다. 또 다른 표현을 한다면 공직자가 바로 서야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하고 싶다.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에게 사심(私心)이 끼거나 공정하지못하면 아무리 국가지도자 몇명이 진력(盡力)해도 소용이 없다.

---융통성 없는 업소 단속

이 어려운 시대에 가장(家長)이 일자리를 잃게 되자 부인이 식당을 열었는데, 허가 신청해놓고 영업을 시작했다고 고발돼 경찰에 불려다니는 실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유흥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단속도 융통성이 없다. 영업시간 1시간 넘었다고 벌금 1백50만원을 매긴다는 당국에 할말이 없다. 법을 정확히 집행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영세상인을 그렇게 호되게 다스리면 민심은떠난다. 단속하라는 불법·퇴폐업소는 내버려두고 건전한 업소로 정평이 나 있는 식당에 '영업시간 1시간 초과'를 적용해야 잘하는 일인가.

지금 당국이 할 일은 실업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활동, 강절도 예방및 검거, IMF 빙자한 사기행각분쇄등이다. 서럽고 원통한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직자들 스스로 상처받은 국민들을위로하고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설때 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재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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