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국무회의에서 일제 군대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49억여원의 지원금을 지급키로 의결한 것은 새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한.일양국관계의 재정립 의지를 상징하는 조치라는 점에 1차적 의미가 있다.
정부의 지원금 지급결정은 양국관계를 언필칭 '새로운 차원'으로 한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데 걸림돌이 돼온 과거사, 그중에서도 핵심인 군대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를 스스로 제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기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전제로 준비했던 외교통상부 성명에선 "우리 정부는일본 정부에게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등의 반발에 부닥쳐 이날 성명에선 이 대목을 삭제했다.
사실 정부가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는 것은 자칫 일본정부의 배상책임 자체를스스로 부인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기때문에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았다.그럼에도 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정부가 더 이상 배상문제를 국내외적으로 제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또한 이미 주한일본대사관측을 통해 일본정부에 전달되기도 했다.정부는 일본정부에 배상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피해자개인차원의 배상요구 활동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우회하겠다는 것.
정부가 지난 15일 정대협 관계자들과 협의에서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을 삭제, 정대협측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정대협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성격을 군대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지원 명목이 아닌 일반적인 민간단체지원금으로 새로 규정하고 △앞으로 유엔등 국제무대에서 군대위안부 문제를 우리정부가 먼저 거론하지는 않는다는 데 양해를 얻은 것도 같은맥락이다.
사실 배상금 논란 과정에 의해 군대위안부 문제는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유린' 문제라는 본질적 측면이 흐려지고 돈문제로 변질된 면이 있다.
일본이 지난 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국가배상 책임이 소멸됐다며 정부 대신이른바 '아시아 여성기금'이라는 민간채널을 내세워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할머니들에게 접근, 실제로 7명의 할머니들이 이 기금이 지급하는 돈을 받음으로써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있어왔다.이같은 점도 의식, 새정부는 지원금 지급을 통해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한편 일본정부 배상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만 요구키로 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더욱 강력한 '도덕적우위'를 갖게 된 셈이며 일본정부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더욱 강한 압박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러한 전향적 자세가 한일 양국의 뿌리깊은 과거사 문제를 말끔히 털어내고양국이 진정한 '21세기 동반자'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일방적 조치로 끝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일본은 그동안 한일정상회담이나 외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사과와 반성'을 충분히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김대통령의 기대대로 종래의 '사과와 반성' 이상수준의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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