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회담이 3일 유럽통화동맹(EMU)의 11개 참가국을 선정하고 초대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빔 두이젠베르크 유럽통화기구(EMI) 총재를 지명한 후 폐막됐다.
정상회담은 또 8년 임기중 오는 2002년경 중도 퇴진하게 될 두이젠베르크 총재 지명자의 후임으로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선정했다.
이로써 유럽통화동맹은 출범 발표 단계부터 내부이견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그러나 통화통합의 주역인 독일과 프랑스가 끝까지 ECB총재지명 문제를 놓고 대립해 결국초대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를 사실상 나누는 편법을 쓰게 된 것은 유럽중앙은행의 독립성에대한 평가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총재의 임명이 어떤식으로 결말이 나는가는 단일통화를 운용해 나갈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최초의 결정적인 시험대로 인식돼왔다.
첫 단추인 총재 지명에서부터 원칙을 벗어난 정치적 절충이 시작돼 앞으로 통화, 경제정책면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많은 정책 결정의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는 ECB의 최고 목표인 인플레 억제를 보장할 수 없게 한다는 지적이다.
마거리트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통화통합의 전망에 비관적인 사람들은 경제여건이 다른 국가들을 한 자루에 묶어서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만능의 경제 정책은 없다면서 통화통합의 실패를 단언하고 있다.
통화통합의 영향을 각기 다르게 받는 가담국들이 유럽중앙은행이 일률적으로 처방하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수용하면서 고유의 국내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도넘어보아야 감당 여부를 알 수 있을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EU회원국간 언어 문화 장벽으로 노동의 이동에 대한 제약 요인이 여전해 기대만큼의통합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회 복지 지출 감소와 EU 전역으로의 경쟁파급으로 지역 불균형이 심화돼 기대 만큼의 통합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분석도 적지 않다.독일과 함께 통화통합의 주축 세력인 프랑스조차 통화신용정책 주권의 양도로 인한 재정 및경제 운용의 제약으로 생겨날 공공복지 축소, 실업대책의 약화 등 사회 문제에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EU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국제수지방어 문제 등으로 위기상태에 있는 회원국에 대한 긴급 지원계획을 비롯한 비상 수단을 마련해두고 있으나 개별회원국 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빠질 경우 근본적인 해결 수단으로는 충분치 못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이 내부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단일통화 안정을 위한 재정 및 예산의 건전화 노력을 포기하면서 각자의 문제 해결에 나서려 할 경우 단일통화의 전제 조건인 경제정책의 상호 조율이 무너지고 유로화는 안정성과 신뢰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유럽 각국이 심각한 실업 중병을 앓고있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등 앞선 국가들에서조차실업 문제가 최대의 사회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단일통화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한 계층에 번져 있다. 이는 정권 교체 등 각국의 정치적 변화에 따라서 단일통화가 영향을 받게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남유럽 등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유로 가입을 적극 환영하고 있으나 비교적높은 수준의 인플레에 익숙한 이들 나라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저금리 등 유로 체제에 계속 문제없이 적응해 나갈 수 있을 지도 주목거리이다.
각국 정부 지도자들은 단일통화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국가간협력과 각국민들의 이해를 적극 촉구하고 있다.
단일통화 문제도 유럽의 통일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의 한 과정으로 추구하고 있는 이들이 이같은 정치적 의지와 이상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하면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유로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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