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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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산들이 하얗게 물들어가는 걸 보니 벌써 오월이구나.

혜리야!

얼마전 넌 엄마가 참 용감하다고 했지? 딸들에게 해줄 것 다 못해주면서 셋이나 낳아 힘들게 살아가는 엄마가 때론 가엷다며 나는 엄마처럼 살지않겠다던 너의 말에 엄마는 얼마나충격 받았는지 모른단다.

속으로 조금 긍정도 됐지만 아닌척 하면서 너희들에게 못해준게 뭐있느냐고 따지며 말다툼도 했었지.

IMF한파가 오면서 너의 말이 실감케되는 건 왜일까. 아빠의 월급이 30%나 줄고, 보너스도70%나 줄었으니 우리 모두 힘들구나. 그렇다고 엄마도 뚜렷한 직장이 없으니…그래도 우린 얼마나 다행이니, 직장을 잃은 다른 아빠들이 서울역에서 노숙하며, 보고싶은자녀들과도 헤어져 사는 모습들. 벌써 우리 이웃에도 회사에서 쫓겨난 집들이 하나둘 늘고있지 않니. 정리해고된 친구네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군대에 가겠다고 해서 한바탕 눈물바다가 됐다더구나. 네 친구들 가운데 휴학한 친구도 많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고통의 터널은 시작단계라는데, 아무런 준비없는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구나.

하지만 혜리야,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서로 마음이라도 모아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세로 절약하면서 살아가자꾸나. 넌 여고때 자주 쪽지 편지를 써서 엄마에게 용기를 주곤 했지.

혜리야!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꾸나.

1998년 5월5일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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