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피부로 느껴보려면 기차여행을 해보라. 인구대국이라 기차표 사기가 하늘의 별따기같고 10시간내외 거리는 '우리집 안마당'이라할만큼 수십시간의 장거리가 흔하다보니 이색적인 경험들을 많이 하게된다. 인정스러운 사람들을 만나 좋은 추억을 가질 때도 있지만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중국의 기차는 4인1조 또는 2인1조의 고급침대칸인 롼우오(軟臥)와 6인1조의 대중적 침대칸인 잉우오(硬臥), 앉아서 가야하는 잉쭈오(硬座)의 3가지가 칸을 달리하여 한 기차에 다 들어있다. 이중 가장 고생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잉쭈오. 중국서민들의 적나라한 모습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구르족 자치구인 신쟝(新疆)에 갔다가 중국 3대 석굴의 하나인 윈깡(雲崗)석굴이 있는 따퉁(大同)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였다. 8시간이 걸리는 밤기차인데 침대칸은 매진됐고 그나마 잉쭈오도 입석표밖에 없었다.
중국에선 같은 기차라도 좌석종류에 따라 대합실과 서비스가 달라진다. 롼우오대합실은 외국인들이 많고 복무원들도 친절하지만 잉우오대합실은 조금 덜 친절하고, 잉쭈오대합실은인권사각지대이다. 개찰이 시작되면 잉쭈오대합실에선 서로 먼저 나가려고 밀치고 소리지르는 모습들이 꼭 피난열차같다. 때로는 역무원들이 긴 막대기로 승객들의 머리며 등을 마구후려치기도하지만 항의하지도 않는다.
우리도 1백m 달리기선수처럼 뛰어갔다. 다행히 빈자리 2개를 차지할 수 있었다. 잉쭈오칸은대개 딱딱한 플래스틱 의자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나란히 3명씩 모두 6명, 다른쪽은2명씩 모두 4명이 마주 보고 앉게 돼있다. 우리앞자리엔 초라한 차림새의 젊은 여자가 비스듬히 누운채 2인용좌석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자리없는 일행을 위해 그여자에게 좌석하나를양보해 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좌석 2개를 다 샀노라고 뻔한 거짓말을 했다.
자리없는 사람들은 이칸 저칸 다니며 고양이뺨만한 자리라도 생기면 염치불구 엉덩이를 들이민다. 누군가 화장실에라도 가면 어느새 잽싸게 앉아버린다. 자리주인이 돌아오면 비켜주는 사람도 있지만 본드로 붙인듯 끄떡않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이 한밤중에 화장실에가니 악취 풀풀나는 그곳에서조차 3명의 남녀가 등을 기댄채 자고 있더라나.
침대칸과는 달리 잉쭈오칸은 밤새 불을 켜둔다. 손검은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란다. 게다가 시끌벅적한 포커판에다 너구리굴처럼 피워대는 담배연기라니….
어학연수차 베이징에 와있던 서울법대생 혜수양과 함께 루오양(洛陽)에 갔을때 진저리나는잉쭈오를 다시 타야할 사정이 생겼다. 다행히 좌석표. 그런데 우리자리는 이미 60대의 할아버지 두분이 차지하고 있었다. 공손하게 "할아버지, 여긴 우리자리인데요"라고 말했더니 한노인은 고개를 돌려 창밖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한 노인은 가운데 놓인 탁자에 이마를 대고쿨쿨거리기 시작했다. 일곱여덟시간을 서서 갈 생각을 하니 속상했지만 노인들을 상대로 싸울 수도 없는 노릇. 마침 잉쭈오칸 한켠의 복무대에서 침대표를 팔길래 혜수양이 얼른 줄을섰다. 복무원은 먼저온 순서에 상관없이 자기눈앞에 가장 가까이 뻗은 손부터 처리해주었다.예의바른 혜수양은 계속 팔이 긴 남자들에게 새치기 당하고 있었다.
복무원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화가 치민 바람에 알량한 중국어마저 꽉 막혀버렸다. 1시간여만에 겨우 잉우오 침대칸으로 바꿔 자리를 찾아가니 이미 새벽 1시경. 자리에 누웠자니얼굴이 홧홧거렸다. 윗침대의 혜수양에게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더니 자기도 열이 올라종이를 접어 부치고 있노라고 했다. 홧병이 이런건가보다 하며 한밤중에 쓴웃음을 지었던기억 한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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