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중기청의 전시행정

20일 대구.경북중기청서 열린 '중소기업 애로타개 전국순회 현장 민원실'은 '예상대로' 성황을 이뤘다. 많은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민원실을 찾아 중소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특히 '자금반' 창구가 문전성시를 이뤄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가 자금난임을 입증했다.이날 '민원실'을 찾은 지역 중소기업은 3백여개, 접수 민원은 5백여건. 이중 현장에서 바로해결된 것은 약 60%인 3백여건이었다.

외견상 비교적 성과가 컸던 것으로 비쳐졌다. 그렇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날 행사는사전 각본에 의한 '준비된 행사'였다. 대구.경북중기청은 행사 일주일전부터 수천통의 안내장을 지역의 행정기관을 비롯 조합 등 중소기업 관련단체와 중소기업에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물론 상담할 애로사항도 미리 준비하기로 입을 맞춰두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행사참가 중소기업은 3백여개에 불과했다. 이날 행사가 대다수 지역 중소기업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중기청은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모두해결된 것인양 생색을 냈다.

생색의 '백미'는 대구집배송단지(검단유통단지) 건립주체인 대구기계공구상조합 등 5개조합이 요청한 단지 건립자금 2백여억원을 98년 유통합리화 사업자금으로 지원키로 했다는 것.5개조합은 이미 지난해초 재경부(당시 재경원)에 5년간 1천억원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더욱이 검단유통단지 건립자금 지원은 며칠전 확정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중기청은 "산자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결과 지원을 결정했다"며 의뭉을 떨었다.

이날 '민원실장'자격으로 참석한 중소기업 특별위원회 박상규 위원장도 속마음은 '콩밭'에가있음을 내비쳤다. 박위원장은 "지방선거 지원 의심을 받을까봐 행사를 연기하려 했으나중소기업들의 사정이 워낙 긴박해 강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회의를 도와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국민회의 부총재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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