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역시 매서웠다. 그 어느때보다 6·4선거는 말잔치로 풍성했다.
후보자, 각 정당 등은 여과없이 말을 쏟아냈고, 그중 일부는 시중에 회자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풍자의 극치를 이룬 말이 많았지만, 저질·퇴폐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정당간 치고 받는 난타전중 재미있는 논평도 두드러졌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는 논평을 통해 자민련의 정체성을 △ 여당도 야당도 아닌 여당(餘黨) △국민회의라는 숙주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기생(寄生)정당 △정권을 창출할 수 없는 무정란당이자 불임정당 △통치자 주변에 부복한 내시정당 △DJ품으로 가는 길목의 주막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자민련은 한나라당을 향해 "국민들의 가슴에 '恨'을 맺히게 한'恨나라당'은 지역감정을조장해 대구경북의 소외와 희생으로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흡혈(吸血)정당, 지역 소외를부채질하며 뒤로는 공동정권에 추파를 던지고 기웃거리는 매민(賣民)정당"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자민련 대구경북지부 대변인실은 한나라당이 선거가 끝나면 내부분열로 없어질 정당이라며 '열매를 맺지 못할 썩은 호박 덩굴에는 거름을 주지 않는다'고 보탰다.한나라당은 TV토론회에서 국민신당 유성환 후보가 '자민련은 국민회의라는 고목에 붙은 매미'라고 주장하자 이를 다시 인용하며 "역시 수십년 정치를 해온 분이라 나무가 아닌 숲을보는 안목은 뛰어나다"고 논평하는 재치를 보였다.
대구시장 선거 쟁점중 하나인'철새 논쟁'에 관련된 말도 많았다. 백미는 유성환 대구시장 후보의 '팔공산 다람쥐론'. 유후보는 지난달 31일, 매일신문사 토론회에서 당을 2차례나 옮긴이의익 자민련 후보를 겨냥, "팔공산 다람쥐처럼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닌 분도 있다"고빗대자 이의익 후보는 "내가 철새라면 16번이나 당을 바꾼 사람은 제트기냐"고 펄쩍 뛰었다.
강재섭 의원이 한나라당 정당연설회에서 "철새는 철마다 옮겨 다니는 새를 말하는데 요즘에는 달마다 옮겨 다니는 '달새'도 있다"고 말해 재미있는 풍자로 기록됐다. 유성환 후보는 문희갑·이의익 후보가 철새 논쟁을 계속하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고 품위(?)있게 두 사람을 싸잡아 나무라는 모습.
가장 평가받는 신조어는 '유줄무죄, 무줄유죄'였다. DJ에게 줄이 있으면 죄가 없고 줄이 없으면 죄가 있다는 뜻. 한나라당 도지부는 "감사원이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에게만 집중 감사를 하고 국민회의에 입당한 임창렬 경기지사 후보는 환란책임을 면했다"면서 이같은 신조어를 만들었다.
지난달 22일 이판석 자민련 경북지사 후보는 "이의근 한나라당 후보는 존경하는 인물을 6·27선거 당시는 이순신 장군과 김수학 전지사로 했다 어느새 김구선생으로 바꿨고, 이번 선거에는 박정희대통령으로 옮겨 역사상 훌륭한 인물을 모두 존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아냥댔다.
30일 한나라당 경북도 선대위는 박태준총재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했다 퇴짜맞은 것을 빗대 거절당했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며 상대정당을 위로(?)하기도 했다.〈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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