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대병원 도서대출실 인기

"병은 약으로, 마음은 책으로 다스린다"

영남대병원 1층 로비의 도서대출실. 휠체어를 탄 김모씨(24·여)가 책을 고르고 있다. 김씨는 "책을 읽으면 육체적 고통을 잊고 지루함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며 얼굴은 창백했지만밝은 표정을 지었다.

도서실 단골은 주로 6층 병동(정형외과)에 입원한 환자들. 지난해 9월말 입원한 여상현씨(26)는 지금껏 50여권의 책을 빌려 읽었다. 한달에 6권 읽은 셈. 여씨는 "몸을 다쳐 입원하게 됐지만 책읽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책을 빌리려면 돈이 필요한지 묻는다. 대출료는 없다.영남대병원이 투병 생활에 용기를 주고 보호자, 외래환자의 무료함을 덜어 주기 위해 지난95년 문을 연 도서대출실. 장서는 모두 2천여권. 웬만한 책은 다있다. 이 중 70%는 직원들로부터 몇 권씩 기증받은 것들. 이용자들의 주문에 따라 매달 15만원씩 예산을 들여 책을구입하지만 부족한 편. 그래서 지난달부터 직원들의 도서기증운동이 시작됐다.투병 중 도서실을 이용했던 환자나 보호자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책을 기증하는 경우도 많다. 한 주에 한번꼴로 진료를 받는 최이득씨는 지난달 '인생은 뜬구름' '우리는 나그네' 등자신의 시집 2권을 기증했다. 최씨는 이전에도 몇 차례 책을 전했다는 것.

지난해 퇴원한 한 교사는 책 읽는 것이 투병생활에 도움이 됐다며 월간문학 1년치를 도서실에 보냈다. 지난 1월 퇴원한 권정화씨는 빌린 책 중 1권을 분실해 미안하다며 똑같은 책과함께 10권의 책을 기증했다. 책을 보낸 환자들의 마음은 동병상련(同病相憐) 아닐까.육체의 고통은 마음까지 병들게 하기 십상이다. 좋은 책은 마음의 평온을 찾아 주며 육체의병을 이겨내는데도 도움을 준다. 책읽는 환자들의 말이다.

도서실 직원 조수자씨(35·여)는 "책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환자들이 많다"며 "투병생활을이겨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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