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4지방선거 본사 취재기자 방담

제2회 4대 동시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16일간의 선거운동을 마치고 투표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매일신문사는 3일 오후 그간 선거 현장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취재해 온 기자들의 방담(放談) 모임을 갖고 이색현장 등 달라진 선거문화와 뒷얘기, 화제 등을 모아봤다.

△장소=매일신문사 대회의실

△시간=3일 밤 10시

△진행=최창국정치부장

△참석자=정치1부, 사회1부, 사회2부기자

◆진행=먼저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부터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민선장 2기, 지방의회 3기를 열어 갈 이번 지방선거는'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시대의 명실상부한 착근 여부가 주목되는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어디까지나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중앙정치권이 과도한 의미를부여하며 적극 개입, 대리전 양상을 보여 그 참 뜻을 변질케 하고 있어요.

-여야 정당들의 그같은 절박감에 반해 유권자들은 유례없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이번 선거의 일관된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IMF시대를 맞아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선거냐는 식의 냉소가 지배적인 분위기를 형성했지요. 이런 까닭에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후보를 모른채 투표하는'블라인드(blind)선거'라는 표현까지 나왔어요.

-지켜볼 일이 되고 있습니다만 결국 유권자들의 그같은 무관심 등이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를 크게 퇴색시키는 결과를 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경쟁의 기본 틀인 통합선거법 개정이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지연됨에 따라 갖가지 해프닝도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개정당시 공직자 사퇴 시한문제, 선거구 조정 및 의원정수 감축문제 등과 기초단체장 임명제 여부 등을 둔 대목들이 초미의 관심사였지요. 공직자 사퇴시한문제는 이번 선거에 한해서 후보등록일 3일전까지만 사퇴하면 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됨에 따라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이의익(李義翊)후보가 뒤늦게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선거전에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특히 선거구 조정 및 의원정수 감축과 관련, 지방의회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을 막판까지애태우게 했지요. 선거구 조정에 따라 현역들끼리 경쟁하게 된 곳에는 같은 당 현역들끼리서로 눈치를 보며 치열한 경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개정 선거법이 현수막 게재나 명함형 소형인쇄물 등의 배포를 금지함에 따라 선거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지적도 나왔어요. 이 때문에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진행=그 때문인지 이번 선거에서는 얼굴알리기를 위한 갖가지 묘안들이 백출했지요.IMF가 몰고 온 돈가뭄도 그같은 현상에 일조했지요.

-유세차량에 초가지붕을 얹는가 하면 차량대신 오토바이나 자전거유세단을 발족, 언론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어요. 또 대구 중구청장에 출마한 한 무소속후보와 기초의회 선거에나선 후보들중에는 선거사무실 대신 자기 집을 사무실로 활용한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이미 보편화된 로고송에 차별화를 시킨 이도 적지 않았지요. TV광고로 한창 히트친 '짱가'라는 곡에 자신의 이미지를 심은 로고송도 나왔고요.

-'로고송 공해론'도 대두됐습니다. 로고송을 확성기로 틀어대다 짜증난 주민들에게 쫓겨난후보도 적지 않았지요. 이때문에 확성기 허용시간을 더욱 제한하거나 제도자체를 없애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어요.

◆진행=사상 유례없는 돈가뭄 선거라는 평가인데요. 현장에서도 그같은 점을 생생히 느껴졌습니까.

-IMF영향으로 여야없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문에 동원을 통한 세과시수단이던 정당유세나 합동유세 무용론이 대두될 정도였어요. 돈가뭄의 실례를 들자면 한 여당 광역단체장 후보가 돈을 거의 내놓지 않자 참모들이 수차례 태업을 벌이기도 했고 집단으로 항의하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참모들은'처음 선거운동에 뛰어들 땐 이 꼴이아니었는데 졸지에 자원봉사자가 됐다'며 상당히 불만스러워 했지요. 여당후보, 그것도 광역단체장 후보캠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죠.이 후보는'여당후보랍시고 다른 사람에게 돈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싫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시키기도 싫다'는 명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른 선거캠프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이른바 실탄이 제공되지 않으니까 조직분규가 심했어요. 여당후보, 특히 자민련 후보의 경우 중앙당에서 법정선거비용 한도까지는 지원했지만 이 돈은 어차피 법정자금외의 용도로는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점에서 큰 이점이 되지 못했어요. 이런 까닭에 사실상 선거특수니, 금권선거니 하는 용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지요.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선거법 취지에 따라'…카더라 통신'격의 온갖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은 판을 쳤지만요.

◆진행=이번 선거의 특징은 한마디로 미디어 선거로 표현할 수 있는데요. 그 평가는 어떻습니까.

-특히 광역장 후보들의 경우 언론기관과 시민단체까지 포함, 10여차례에 걸친 토론회에 참석해야만 했습니다. 토론회의 경쟁적 유치 및 패널리스트 선정, 미숙한 진행 등 보완해 나가야 할 점들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보듯'언론 토론회를 보고 후보를 결정했다'는 이가 37.5%에 달해 미디어 선거를 통한 안방선거전이 정착된 느낌입니다.-특히 매일신문사가 선거 사흘전 실시한 광역장 후보 초청토론회는 후보들에게'반론권'을폭넓게 부여, 언론토론 문화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때문에 대구시장초청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간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빚어지기도 했지만 후보들도 모처럼 속시원히 할 말을 다했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한 방송사에서는 토론회 장면을 취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어요.

◆진행=이번 선거가 적어도 지역에서만은 너무 싱겁게 진행됐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오는데요. 어떤 열기나 바람도 전혀 느끼기 어렵고 말이지요.

-지난 95년 지방선거때의 무소속돌풍, 또 96년 총선때의 자민련 바람, 그리고 지난 대선때의 한나라당후보 몰표 등의 현상과 달리 큰 쟁점도, 바람도 없는 잠잠한 선거였어요. 다만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지역분할 구도에 따라 지역에선 한나라당이 다소 유리한 선거구도라는 관측입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기존 구도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것이라는 게 대다수 견해입니다.

-한편에서는 이번 선거결과의 해답은 이미 지난 4.2재보선을 통해 나와 있다고 하는 얘기도있어요. 한나라당이 3지역 모두를 석권했는데 자민련이 당시 한군데라도 건졌다면 지금 게임의 양상도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지요.

-특히 단체장선거의 경우 현역들이 단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전투의 싱거움을 더했어요. 이들은 지난 3년간 사실상 표밭갈이를 해온 이들 아닙니까.

◆진행=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저런 화제들이 많았는데요.

-한나라당 경북지부에서 중앙당이 후보기탁금 지원명목으로 내려준 국고보조금중 2억2천만원을 건물관리기사가 챙겨 달아나는 바람에 화제가 됐지요. 그는 빚보증 등으로 어려움을겪어오다 거금을 보자 순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흘만에 경찰이 잡고보니 1백50만원정도만 사용, 한나라당이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어요. IMF가 낳은 슬픈 단면의 하나라고 주위의 동정을 사기도 했습니다.

-현행선거법이 후보자가 선거벽보 등에 학력사항을 소개하면서'졸업'이나'중퇴'등으로 명확히 구분짓지 않아도 되는 맹점을 악용,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습니다. 도의원 안동제3선거구에 출마한 윤상주후보의 경우, 경희대 4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도 졸업하지 못해 '수료'라고 표기했다가 상대후보측이'중퇴'라며 이의를 제기, 검찰에 고발당하는 수난을 겪자'표기한게 죄'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정리.裵洪珞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