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북 정주영과 소떼들-남북관계전망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6일 소떼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방북(訪北)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판문점을 통한 한 차례의 육로(陸路) 개방으로 북측의 태도 변화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 마지막 냉전지역을 상징하는 판문점이 화해와 교류의 장소로 부각됐다는 점은 남북관계 해빙(解氷)에 기여할 것임은 틀림없다.

특히 민간기업그룹의 경제총수가 주도해서 판문점 방북길을 개방한 것은 새 정부가 천명한'정경분리에 입각한 민간교류 활성화 방침'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또 대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장의 방북을 허용한 '4.30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발표 이후 이뤄진 첫 경제총수 방북이라는 점에서 향후 민간기업 차원의 경협 활성화의 신호탄으로도 볼수 있다.

정회장의 판문점 방북 구상은 정부의 '판문점 대화 채널' 복원 방침과 맞물려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조를 바탕으로 북측과의 끈질긴 협상끝에 결국 판문점을 개방시켜 인적.물적 민간교류의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정부당국은 남북간 물자교역의 측면에서 판문점 통과는 중국 국경지대나 해로(海路)를 통한우회적 경로보다 시간단축, 경비절감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으로 북한측에 판문점 교류를 요구해왔었다.

정회장과 '소떼'의 판문점 통과와 발맞춰 유엔사-북한간 판문점 장성급 대화가 7년만에 재개, 오는 23일 첫 회의가 판문점에서 열리게 되는 점도 당분간 남북관계에 훈풍을 예고하는대목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밝힌 미국의 대북(對北)제재 완화 조치 허용 방침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새 정부의 '햇볕정책'도 남북관계 변화에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물론 북한이 다른 방북 인사들에게도 판문점을 남북 교류.왕래의 장소로 개방할 것이라고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회장에 대한 판문점 개방이 대남정책의 근본적 변화로까지 연결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정회장 방북팀중 선발대 7명을 굳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하도록 한 것은 판문점 개방은 소 1천마리와 옥수수 5만t을 기증한 '정회장 가족'에 대한 예외적 조치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또 판문점에 일기 시작한 훈풍이 정치분야로까지 불어닥쳐 조만간 남북당국간 회담재개로연결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북측의 부정적 징후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있기때문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북한방송을 통해 베이징회담에서 우리가 견지한 상호주의 원칙을 격렬하게 비난했고, 김대중대통령의 방미 외교활동을 비난하는 등 남한정부당국에 대한 정치적 적대감을 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남한당국을 배제한 채 남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기본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남북 관계의 진전여부는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으며, 오는 9월9일북한정권창건일을 전후한 김정일(金正日)주석직 승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북한이 '김정일주석체제'를 맞아 대남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정책 변화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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