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기강확립 대책 배경 의미

국가기강 확립대책 실무협의회가 19일 개최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총체적 개혁을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총체적 사정'이 전개될 것임을 의미한다.

김대중정부는 그동안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충격요법적인 일과성 사정이 몰고온 복지부동,표적·보복사정 논란등의 부작용을 거울삼아 '사정'이라는 용어조차 가급적 피해왔다.그러나 정부는 2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복무자세·비리여부 기초조사 결과와 일선 대민창구 공무원의 금품수수행위 적발 충격등의 경험을 통해 공무원등의 의식과 행태개혁을 '자발성'에만 맡겨뒀을 때의 부작용도 실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 3개월간 경제개혁을 시장에만 맡겨뒀다가 한계를 인식, 정부의 적극적인개입과 간섭으로 선회한 것과도 상통한다.

정부가 이날 회의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나선 것은 이미 물밑에서 진행돼온 사정을 공개적으로 본격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총체적 개혁 드라이브에 걸맞게 공직사회를 비롯한사회 전체의 분위기 일신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회의에선 그러나 이번 사정을 '사회 구조조정 차원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국가기강 확립대책'이라고 규정, 김영삼정부의 사정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사회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 만큼 회의에서 논의된 대책은 방대하고 포괄적이다.대책의 줄거리는 △공직기강 확립 △부정부패 척결 △사회·경제질서 확립 △제도개선 검토등 4가지로 대별된다.

공직기강을 앞세운 것은 공직기강이야 말로 국가기강의 기본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일 뿐 아니라 실제 공직기강이 '위험수위'는 아닐지라도 '경계수위'라는 징후때문이기도 하다.정부가 공직사회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러한 비리와 부정부패외에 복지부동, 무사안일, 불평불만, 냉소주의등이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있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 사이에 '이 정권이 얼마나 오래가나 보자'는 냉소주의도일부 감지된다"며 "그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비서실의 '적과의 동침' 사건은 이러한 냉소주의의 극단적인 면을 보여준 것.

공무원을 '개혁의 동반자'로 끌어들이려는 김대통령의 노력이 희망만으로 끝날수도 있음을말해주는 대목이다.

부정부패 척결 대책은 부정부패를 '국가존립 저해범죄'라고 지목, 역대 정부의 부정부패 개념규정가운데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 대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치인 비리에 대해선 여야 구별없이 철저히 수사하며,정치인및 관료의 부정한 청탁·압력등 각종 이권개입 행위를 엄단한다"는대목.이는 경제개혁의 본격적 추진으로 경제계의 이권에 대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그 과정에 정치인과 고위관료의 개입 개연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사회·경제질서 확립대책으로 나온 △부실기업주의 회사자금 횡령및 해외재산 도피에 대한철저한 규명과 엄단 △음성·불로소득자나 퇴폐·탈선 미성년 자녀를 둔 부유층 부모에 대한 세무조사 △분식결산등 기업의 투명성 저해행위를 비롯한 각종 경제회생 저해행위에 대한 엄정대처 △악의적인 탈세자에 대한 형사고발 적극 확대 △대기업및 정부투자기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형사고발 조치등은 경제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 가능한 모든수단을 총동원한 인상이다.

이런 조치들로 경제인들이 위축될 수도 있으나, 정부는 그것보다는 경제개혁의 진행에 따른가혹한 고통을 노동자를 비롯해 일반 국민이 기꺼이 감내토록 하기 위해선 국민의 불신과위화감의 주원인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검토키로 한 △국민고발촉진및 내부고발자보호법 제정 △뇌물수수자보다 가볍게 처벌받아온 공여자에 대한 엄중 처벌 △압수수색영장 없이 수사기관이 금융거래사실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금융실명제법시행령 개정 △뇌물수수공직자의 취업및 퇴직금지급 제한 입법화등의 제도개선 안은 하나하나가 모두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입법화가 어려울 만큼 혁신적인 것이다.

이중 내부고발자보호법과 금융실명제 시행령 개정방향은 현 집권세력이 야당시절부터 입법을 주장해왔으나 당시 여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어서 실제로 햇빛을 보게 될지주목된다.

이날 회의에서 제시된 각종 대책이 화려한 만큼 그것이 실현되지 못할 때 후유증도 클 것으로 보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