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악덕 부실기업주와 음성.탈루소득자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국세청은 그동안 납세자의 비밀보장과 개인의 기본권 보장차원에서 탈세자의 명단 공개를자제해 왔다. 또 지난해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기업이 증가하고 화의.법정관리 신청이 늘어나는 등 어려운 기업사정을 고려해 세무관리에도 상당히 신중을 기해왔다.
그러나 일부 부실 기업주의 경우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노력없이 기업재산을 변칙 은닉하거나 기업자금을 부당유출해 개인 용도로 쓴 것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다.김대중대통령도 음성.불로소득자에 대한 엄중한 과세를 누누이 강조하고 국세청에 강력히대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음성.불로소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국세청은 이번에 1,2차 조사 발표때와는 달리 조세범처벌법을 위반, 검찰에 고발한 부실기업주 등의 명단과 혐의내용을 자세히 공개했다. 부실차원을 넘어서 부도덕한 기업주와 세금을탈루해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이상 사회에 이름을 내걸고 버젓이 활동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 이같은 검찰 고발과 명단 공개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그릇된 의식을 바로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한 경우 최고 무기형까지 가능하다.국세청 관계자는 "명단이 공개된 사람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해 검찰에 고발된 것이기 때문에 납세자 비밀보장 등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고발된 사람은 부실기업주, 연예인, 사채업자, 국고금을 부당하게 유용한 기업주 등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실기업주는 이창재 고려통상 회장, 박영일 미도파 회장, 이기덕 산내들인슈 회장, 이태복 금경 대표이사, 유치호 천일약품 대표이사 등 5명이다.
국세청 조사결과 이들은 부실경영으로 실직한 종업원의 고통은 외면하고 개인적인 치부를위해 온갖 사기와 부정한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통상 이회장은 고려종금과 고려증권이 각각 업무정지와 부도로 주가가 1천원 밑으로 급락하자 업무정지 또는 부도발생일 이전의 날짜로 허위매매계약서를 작성해 고려통상이 사들이게 하는 등 부도덕의 극치를 보였다.
산내들인슈는 이기덕 회장의 지시로 최근 3년동안 실물거래 없이 5백78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는 부실경영으로 일관했으면서도 채권은행과 화의절차를 진행하는 뻔뻔스러움을 나타냈다.
연예계 스타의 탈세 비리도 사실로 드러났다. 10대들의 우상인 가수 김건모씨와 신승훈씨는고액의 수입을 올려 부담해야 할 소득세가 증가하자 사지도 않은 의상을 산것 처럼 속이고허위 영수증을 모아 각각 2억6천7백만원, 3억8백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인기가 치솟는 만큼 이들의 양심은 망가져간 것이다.
명단공개 대상에는 국고금을 부당하게 낭비한 3명의 회사대표도 포함됐다. 박광춘 대창공업대표는 95∼97년 축산발전기금으로 신축하는 축사공사의 수입금액 5억4천만원을 세금계산서도 교부하지 않고 기장누락해 9천8백만원의 세금을 빼돌렸다. 또 이정수 중앙농자재㈜ 대표이사는 작년 온실공사를 하면서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1억8천만원을 포탈했고 손인영 삼화양돈 대표는 공사발주자인 농민들에게 10억원의 축산설비공사 계약서 및 계산서를 허위로작성 교부해 융자금을 과대 대출받게 한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처럼 사회 곳곳에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탈세비리가 만연하고 있음에 따라앞으로 부실기업주 및 호화.사치계층에 대한 세무조사에 행정력을 집중시킬 방침이다.따라서 검찰 고발과 함께 명단이 공개될 부실기업과 기업주 수는 더욱 늘어날전망이다. 음성.불로소득과의 유례없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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