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보장관회의서 제기된 문제점·대책

정부가 9일 오전 안기부 청사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가진 후 참석자들의 생생한 발언내용을 거의 대부분 여과없이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발언가운데는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 처리과정에서 군·경간 협조체제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정부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경제난과 특히 실업문제로 인한 안보위협요소에 대한 정부의 우려, 우리군의 대간첩작전 상황등 과거같으면 쉬쉬했을 내용이 많이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이날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분야별로 종합한 우리 안보환경의 문제점과 대책.▲대공의식 이완 현상=이종찬안기부장은 "후방은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과격한' 진단을 내놓았다.

지난해말 부부간첩 사건등을 보면 간첩들이 '운동권' 인사를 찾아가 자신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힐 만큼 신고정신이 실종됐다는 것.

강인덕통일장관은 "물이 없어야 물고기가 못 노는데 지금 물이 자꾸 불어나 고기가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나 평양에서 왔습니다'고 밝혀도 신고를 하지 않는 문제가 보상금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걱정했다.

"북한 간첩들이 돈없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데 이들이 간첩을 신고, 보상금을 타려 하지 않고 '신념'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늘어난다면 문제"라는 것.

이부장은 최근 8·15 남북축전을 둘러싼 일부 사회단체의 대북 접촉 경쟁 현상에도 우려를나타냈다.

"제각기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북한측과 접촉, 행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현상이 벌어지고있다"는 것.

이부장은 "이들 단체들이 북한측과 따로 접촉하려는데 도리어 북한이 이들 단체에게 남쪽통일운동단체들이 구성한 범민련에 들어가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걸작'이라는 표현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북한과 접촉전에 통일부에 하도록 돼 있는 접촉신고도 하지 않고있다고 이부장은 설명했다.

▲경제난과 안보위협 요소 증대=회의 참석자들은 8·15남북축전, 금강산 관광사업등으로 인한 안보의식 이완현상외에 경제난, 특히 구조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한 대량실업으로 인한 체제취약 요소의 증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최경원법무차관은 "우리 내부의 체제취약 요소가 갈수록 늘어난다"며 경제구조조정에따른 사회불만세력 양산의 딜레마를 우려하면서 대표적으로 '생존과 바로 직결되는 실업문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종 생존권 투쟁을 가장한 여러가지 체제위협 요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군·경찰의 협조체제 미비=김정길행정자치장관은 잠수정 침투사건 대응과정에서 경찰이군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협조대책도 상의받지 못한 점을 지적, 불만을 터뜨렸다.김장관은 과거엔 군과 경찰이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상황진행에 따라 경찰이 협조할 방법을알려왔는데 이번엔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진호합참의장은 "내륙침투 가능성때문에 경찰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체제 유지를지시했었다"면서도 "보고과정에서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침투 양상=김진호합참의장은 북한의 침투양상이 60년대는 육상, 70, 80년대는 해상등으로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80년대의 해상침투는 공작모선이 공해상까지 와 침투용 자선을 분리시키는 방식이었으나 우리군이 미군과 협조, 인공위성이나 신호정보를 통해 모두 포착해버리자 북한은 또 다시 해저침투 위주로 바꾸었다는 것.

북한은 중국에서 출발하는 밀입국 어선을 통해 '순수' 밀입국자들 틈에 섞어 침투시키는 방법도 쓰고 있으나 김의장은 모두 구분해낸다고 장담했다.

다만 동해안을 통한 해저침투가 문제인데 김의장은 "3백~4백t짜리 상어급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해안쪽으로 5~10마일내로 들어오면 동해안 해저지형상 바로 옆에있어도 잡아내기 어렵다"고 대잠함 작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보대책=참석자들은 이러한 안보환경하에서 대책을 군사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에서 논의했으나 어느 경우든 군 독자적으론 한계가 있으며 민·관·군의 총력안보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적으론 우선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의 침투를 막기 위해 매우 재래식이긴하지만 이번잠수정 사건에서 보듯 효과만점으로 밝혀진 꽁치잡이 어망과 가두리 양식장을 많이 설치하도록 정부차원에서 어민과 어촌계를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군당국은 또 어선의 출어시간 통제 강화, 침투 예상경로에 대한 민간인 출입 통제 강화등의방침도 밝혔다.

정치적으론 강통일장관등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학교는 물론 사회교육기관을 활용한 지속적인 '정치교육'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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