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란 공방 열띤 분위기

문민정부 경제실정의 핵심대목인 '환란(換亂)'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 첫 재판이 서울지법417호 대법정에서 2백석 규모의 방청석을 가득 메운채 열띤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경제청문회의 성격을 띤 재판인 탓에 방청객들은 시종 강경식(姜慶植)피고인의 진술내용에촉각을 곤두세웠고 일부는 메모지를 꺼내 재판 내용을 직접 기록하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특히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은 물론 사법연수생들까지 대거 참석,이 재판에 쏠린 세간의관심을 반영했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외환위기에 따른 최근의 대량 실업문제를 중점적으로 부각,기선을 제압해나갔다.

검찰은 모두진술 첫 머리에서 "우리 실업인구는 이미 1백50만명을 돌파했고 연말까지는 2백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된다"며 "서울역과 지하도에 노숙자들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가장의 가출로 단란했던 가정이 실업의 그림자에 싸여 암울하게변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어 곧바로 강피고인을 상대로 삼성자동차 허가와 정치적 야망부분을 집중추궁해 나갔다.

검찰은 "결국 피고인의 개인적인 정치적 야망 때문에 외환위기 대처를 소홀히한게 아니냐"며 "특히 삼성자동차를 허가해준 것은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고 거세게몰아붙였다.

강피고인은 당황한 듯이 "삼성자동차를 허가해준 것은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할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정책결정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려는 검찰의 의도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반박.

…검찰이 강피고인의 노트북에서 압수한 비망록의 내용을 들춰내며 신문을 진행하자 변호인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

이검사가 "비망록에서 신당 창당과 15대 대선출마 계획('이글' 계획)등 정치적인 야심이담긴 내용이 발견됐다"고 언급하자 서정우(徐廷友)변호사가 급히 일어나 "지금발언은 이사건과 관련 없는 개인적인 얘기"라고 거세게 항의.

…김인호(金仁浩)전경제수석은 검찰이 자신의 수사당시 조서를 근거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게 경제상황을 보고할 경우 1~2분 정도 지나면 시계를 쳐다볼 만큼 무관심했느냐'고 묻자 "복잡한 보고를 받으면 가끔 시계를 본 게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김전대통령은 구체적 통계 수치보다 큰 흐름을 잡는 보고를 원했다"면서 "그러나 수석비서관이 대통령에게 경제문제를 일일이 깨우쳐 줘야 할 교육적 기능을 가진다는 검찰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8일 부총리 주재 경제대책회의 당시 한국은행이 미리배포한 회의 보고서를 검토하지 않은채 참석했다가 관직에서 경질된 이후인 올 1월에서야 자료를 읽어본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외환시장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는데 회의자료는 책상위에 올려놓기만 했고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다그치자 김씨는 "부총리가 보고했다", "행정관이 판단할 문제", "사전보고가 있었을 것"이라는등 핵심을빗나간 진술로 일관했다.

김씨는 검찰이 이 자료에 '외환보유고가 2백2억달러, 외환유출 가능성이 3백억달러'로 나타나 국가부도사태가 예견됐는데도 그냥 무시했느냐며 재차 추궁하자 "보는사람에 따라 다른 것 아니냐"며 무책임하게 답변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3일 홍콩 증시 폭락이후 매일 2, 3차례씩 대통령에게 수시 보고를올렸다고 말했으나 YS답변서 내용과는 정반대여서 누구말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검찰은 "김전대통령 서면 답변서에는 대통령이 지시를 하면 경제수석이 수동적으로 보고를했다고 진술돼 있는데 수시로 보고한게 사실이냐"고 추궁하자 김씨는 "보고 받은 사람의기억이 잘못됐을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