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땀의 현장-지역공단-경주 용강공단

경주 용강공단은 전국 최고의 자동차 부품 공단이다. 경쟁력 높은 업체가 많아 경주시재정의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해왔다. 문화·관광도시인 경주의 주민들은 한때 관광객의 호주머니에만 기대했으나 용강공단에 자동차부품업체를 중심으로 한 견실한 업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산업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된 것.

그러나 경제난으로 자동차의 판매가 크게 위축되자 용강공단도 얼어붙고 있다.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75년 공단조성후 최대 위기란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용강공단 최대 업체인 만도기계가 모기업의 부도로 화의를 신청중이고, 중소 업체들도 다수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에 나서 근로자 수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5%정도 줄었다.

입주업체 구성비에서도 용강공단이 자동차 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알 수 있다. 총 69개 업체(종업원 7천9백명) 가운데 자동차 부품업체가 38개소로 가장 많은것. 그외 식품업 7개소, 섬유업 3개소 등 잡다한 업종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납품회사인 아폴로산업, 명신산업, 광진상공, 만도기계, 경신공업, 일진산업 등은 특히 눈에 띄는 기업. 이들 업체가 파업 등으로 생산을 멈추면 현대자동차 전 라인이 멈출 정도로 위력적이다.

지난 86년 이후 자동차 수출호조로 이들 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공단도 활기를띠었다. 이에 발맞춰 경주시가 상하수도·도로포장등 기반시설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면서입주업체가 늘었다. 경주시는 36만평의 부지가 모자라자 20만평을 추가 조성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공단조성자가 나타나지않아 공단조성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게다가 IMF한파로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같은기간의 50% 이하로 떨어졌다. 잔업과 특근이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공휴일은 물론 금·토요일등 틈만나면 생산기계를 세우는 업체가 늘고 있다. 경제난은 노사화합에도 악영향을 미쳐노사분규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도 적지않다.

아폴로산업 김소유대표(54)는 "이 상태로 가면 살아남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지 알 수없다"며 공단 입주업체의 총체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직 버티고는 있으나 공장가동률이 10%대에 머무는 기업, 버티다 버티다 결국 쓰러진 업체….

미국 GM사에 연평균 36만대 분량의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광진상공은 사정이 다소 나은편. 하지만 이회사 권영직회장은 "수출이 유일한 활로이나 한계가 있다"고 푸념했다. 만도기계 최재영이사는 "경제난 조기극복을 위해 품질 경쟁력 향상이 절실하나 내수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으니 품질개선에 눈돌릴 여유가 없다"며 할말을 잃었다.

그렇다고 용강공단에 신음소리만 요란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 차체 생산업체인 명신산업(사장 김성광)은 노사불이(勞社不二)라는 경영 철학으로전사원이 합심하여 위기를 호기로 생각하며 위기 극복에 애쓰고 있다. 명신산업의 부품업체들도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 21세기 세계 초일류 자동차 부품업체로 발전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금형및 부품의 수출확대로 내수부진의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기업도 있다. 일진산업(사장 이상일)이 대표적. 이사장은 "수출과 품질경영에 노력하면 최근 경제난 파고도 넘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여년만에 경주 경제의 상징처럼 떠오른 용강공단. 그러나 겉만 공단일 뿐 전체공단을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조차 없는 한계도 있다. 여타 공단처럼 대정부 건의는 생각도 못하고, 어떤 업체가 들어서고 나가는지 현황파악조차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같은 내·외부의 악조건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용강공단이 머지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넘긴다해도 위기는 또 있다. 공단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자 경주시가 장기도시계획을 짜면서 공단을 외곽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것.

경제난 이후에도 용강공단은 경주의 효자로 남을까, 아니면 애물단지로 바뀔까. 그것은 입주업체의 노력과 경주시와 시민의 관심에 달려 있다. 〈경주·朴埈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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