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의 두가지 실수

김대통령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휴가비를 줬다고 한다. 1인당 100만원, 134명에게 고루 나눠줬다니까 1억 3천 4백만원을 뿌린 셈이다. 이 IMF시대에 그 많은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남의 정당 집안살림살이니까 알 바 없다 치자. 그러나 놀고 먹는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여름 보리이삭처럼 한껏 깔끄러워져 있는 시기에 집권당 끼리 집안 돈잔치를 벌이게 한 것은 사려깊지 못한 것이었다.

대통령의 격려휴가비 선심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봐서 두가지다. 우선 격려휴가비 를 받은 자들이 결코 격려받을 만한 대상들이 아니라는 민심을 읽지 못한 점이 그첫째고 ' 휴가비'란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릴'시기'가 아님을 알텐데도 휴가비는 고사하고 생계비도 막막한 수백만 실직자, 노동자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휴가비 꽃노래로 덧낸 것이 두번째다. 국민의 지탄을 받으며 놀고 먹는 사람들은 거꾸로 돈으로 격려하고 노동자 실직자들에겐 100만원짜리 휴가비로 한(恨)을 자극하는 것이 과연 국민단합과 고통분담으로 IMF를 극복 하자는 지도자의 선도(先導)에 도움이 될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휴가 비를 준 바로 다음날에도 제헌절 경축식장에는 국회의원 299명중 4분의 1인 70여명만이 참 석했다. 3당의 총재들은 코끝도 보이지 않았다. 경제회생과 통일 안보에 절대적으로 시급한 주요 법안들은 파업아닌 파업으로 팽개쳐놓고 재.보선 유세장에는 떼지어 몰려가 흑색선전 고소, 고발로 날을 지새고 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국회요 국회의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휴가가라고 돈 쥐어주면서 격려 를 한다 ? 일하다 잘린 노동자들의 저항과 파업은 처벌하고 노동자 파업보다 수십배 더 해 독이 큰 국회의원들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파업상태는 오히려 휴가비로 격려받는 세상이야 말로 거꾸로 가는 세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대통령의 실수는 또 있다. 지난 지방선거때 국민회의 소속 기초단체장 후보로서는 영남지 역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울진 군수를 따로 불러다 1천 3백여억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해 준 사실이다. 대통령이 특정 지역 군수를 단독으로 만난 것은 과거 정권에도 전례가 없었던 일 이다. 면담자리에서 '지역내 기초단체장들의 다수는 야당으로는 지역발전에 한계가 있다면 서 차라리 무소속으로 있는 게 낫다는 말들을 한다'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여당이 아니면 아무리 유능한 단체장도 예산 못따서 아무 일 못한다는 이상한 얘기가 된다. 더더욱 이상하고 아리송한 것은 선거가 끝난지 달포도 안돼 경북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 5명이 불에 데이기라도 한 듯 허겁지겁 탈당한 집단 연쇄탈당이다. 선거법 위반 등 차거운 사정바람앞에서 황급히 당을 버림으로써 바람을 피해가려한 듯한 탈당자들 을 배신자라 해야 할 지 겁쟁이라 해야 할 지 아니면 그들 말대로 야당소속으로는 지역발전 을 시킬 수 없어서 탈당했으니 지역사랑과 충정이 가상하다고 해야 할 지 답답하다. 탈당의 진짜 이유들에 대한 추측들이야 너도 나도 눈치가 뻔한 것 같은데 모두들 열린 자리에서는 딱잘라 입 열기를 꺼린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세상이다. 여당소속은 미팅한번에 1천 3백억원 지원이 제꺽 약속되고 야당소속은 배신자소리 들어가며 탈당까지 해야 지역사업을 제대로 해내기 쉽다고 생각되고 있는 세상, 그 또한 웃기는 세상이 아닐수 없다. IMF가 몇번쯤 닥쳐야 이런 모순 투성이의 정치적 논리와 정치적 사고와 정치적 처신들이 사라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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