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했던 병무비리의 규모와 내용이 발표됐다. 사회지도층인사 1백17명이 기소된 이번 사건은 기업활동과 관련된 뇌물수수등의 범죄와는 또 다른 유형으로 큰 충격을 준다. 검찰은원용수준위(구속)의 수첩에 이름이 올라있는 4백38명의 명단에 대해 정밀 조사한 결과 국민의 신성한 의무중의 하나인 군복무가 돈놀음에 휩싸여 있었음을 밝혀낸 것이다.추정한 대로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으려했거나 군복무를 하더라도 편한 곳에서 지내도록 병무관련자들에 돈을 주고 청탁한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지도층인사들이었다. 청탁부모들은 원준위를 잘 아는 브로커를 통하거나 직접 원준위와 만나 병역면제, 카투사· 공익근무요원선발, 입대날짜조정, 부대배치· 보직조정등을 부탁하면서 사안에 따라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돈을 건넨 것이다.
원준위가 구속될 당시 세상에 이런 부패도 있는가, 하는 개탄의 소리가 나왔지만 수사전모가 공개되자 우리사회가 썩지 않은 곳이 없다는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대다수 젊은이들이 기꺼이 군복무를 하고 있는 터에 특정계층의 자녀들이 군복무를 돈주고 사고 파는무대로 여겨온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으며, 이해하기 어렵다.
원준위의 수첩이 수사과정에서 확보되지 않았다면 원준위만 구속하는 선에서 적당히 넘어갈뻔 했던 이번 사건은 달아난 관련자 등이 검거되지 않았지만, 병무비리의 고리와 관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원준위등 비리관련자들의 수법은 교활하기까지 하다. 7급판정(신체검사 판정 보류)을 두세번 한뒤에 병역면제를 시켜주면 비리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사실도 철저히 활용한 것이다.
어느 의과대학 교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의 병원에서 아들의 고혈압 진단서를 받은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내자식 귀하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리오마는, 명색이 대학교수· 한의사· 고급 공무원· 은행지점장· 대기업 이사· 정당의 지구당위원장· 기초의원· 고교교사· 중소기업대표 등이 망라된 이들의 병무청탁은 마치 사회 부패상의 축도를보는 듯 하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1백99명 중에는 현직 부장판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계인사· 언론사 고위간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입으로는 애국(愛國)을 말하고 사회정의를 강조하던 지도층 인사들이다.
이번 병무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회에 부패· 부정이 만연돼 있다하더라도 신성한 국토방위의 의무를 다하는 병역문제에 있어서만은 절차· 과정등이 투명해져야한다. 관련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